과천에 있는 서울대공원에 가면 나무로 깎은 오리 세 마리를 높은 장대 끝에 앉혀 세운 솟대가 있다. 아주 오래 전 온 가족이 놀러 갔을 때, 그걸 보고 나도 반가워하고 우리 아이들도 “우와, 아빠 책상 위에 있는 거다” 하며 반가워했다.
어린 시절 나는 그 솟대를 강릉 경포대 바로 아래 강문 바닷가에서 보았다. 높은 장대 끝에 오리 세 마리가 앉아 있는 모습이 희한해 물었더니 친구는 그걸 ‘진또배기’라고 했다.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그런 진또배기의 작은 모형이 지금 내 책상 위에 내 글의 안녕을 지키는 부적물처럼 20년 가까이 놓여 있다. 처음 작가가 되어 고향에 다녀올 때 일부러 공항까지 따라 나온 친구가 토산품가게에서 그것을 사주었다. “이제 작가가 되었다고 괜히 우쭐대지 말고, 무얼 쓰든 여기서 자란 사람이라는 걸 생각하며 반듯하게 써.”
그러고 보니 유독 내 글엔 고향 이야기가 많다. 그 동안 강산이 두 번 바뀌듯 책상이 두 번 바뀌었다. 그러나 저 진또배기는 20년을 하루같이 친구의 마음과 고향의 마음처럼 내 책상을 지켜왔다. 고맙다, 벗들아. 함께 자란 내 마음속의 미운 오리들아.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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