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 입지 선정을 위한 주민투표(11월 2일)가 다가오면서 경북 포항시와 경주시, 영덕군 및 전북 군산시의 유치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부재자투표, 선거공보물 및 특정지역 밀어주기 의혹 등 불공정게임 논란이 거세 후유증도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사활 건 유치전
방폐장 유치를 신청한 4개 시ㆍ군 중 포항을 제외한 3개 시ㆍ군은 방폐장에 도시의 명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해당 자치단체는 물론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향우회 의사회 총학생회 등 단체란 단체는 모두 방폐장 찬성 지지 성명서를 발표하고 거리로 나가 홍보전단을 돌리고 있다.
경북도와 전북도도 기초단체의 싸움에 일찌감치 총력지원체제를 구축, 주민투표 일정이 공고된 지난달 15일까지 전 공무원이 현지에 내려가 유치전을 지원했고 지금도 물밑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경주시의 경우 시의회 승인까지 난 방폐장 유치활동비가 사전선거운동 시비에 휘말려 집행이 어렵게 되자 여성단체협의회 등이 다시 모금운동을 시도했으나 이마저 기부금품모금규제법에 따라 중도포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치전이 과열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과열 자제를 요청했고, 14일에는 4개 자치단체 관계자들이 과천정부청사에 모여 자제를 결의하기도 했다.
불공정게임 논란
이 와중에 ‘기형아 사진’이 논란이 되면서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다.
발단은 군산시와 영덕군의 유치반대측 단체가 선관위에 제출한 선거공보물에 기형아 사진을 싣고 ‘10년 후 당신의 아들딸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며 방폐장이 기형아를 낳게 된다는 식의 주장을 하면서부터.
두 지역의 방폐장 유치찬성단체는 17, 18일 관할법원에 공보물 인쇄 및 배포금지 가처분신청과 함께 선관위에 이의신청을 냈다. 하지만 전북도선관위가 “반대단체가 낸 기형아 사진과 설명이 허위”라면서도 “주민투표법에 선거공보물은 수정ㆍ삭제를 못하도록 돼 있어 그대로 발송하고, 투표소에 이 같은 결정내용을 공고해 주민들에게 알리겠다”고 결정하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군산시 국책사업유치추진단 회원들은 19일 군산시 선관위에 몰려가 “40%에 이르는 부재자투표 신고인들에게도 유치반대측 공보물이 허위라는 안내문을 동봉할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하고 있다”며 “군산시만 허위공보물이 발송돼 불리하게 됐다”고 반발했다.
포항, 경주시의 유치반대측 공보물은 설명은 약간 다르지만 해맑게 웃는 어린이의 얼굴이나 촛불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찬성측에서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군산시와 영덕군의 유치찬성측은 선거공보물이 어떤 식으로든 찬성률 저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들 지역에서 찬성률을 높이기 위해 27.46%(영덕)∼39.36%(군산)에 이르도록 부재자신고율을 높인데 따른 자승자박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앙선관위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부재자신고율에 대해 조사한 결과 807명의 신고서에 하자가 있고 그중 185매는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작성된 것으로 밝혀져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이번 주민투표의 신뢰성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법원이 유치찬성측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시간상 군산, 영덕에서는 선거공보물 없이 선거를 치러야 하고 기각되면 그대로 발송해 다른 두 지역에 비해 불리한 조건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투표일까지 시간이 촉박하고 관련법상 유치찬성단체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어 부재자신고인들도 25∼30일 97개 읍면동별로 설치된 투표소에 나와서 투표해줄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산=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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