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이후 가장 많은 조류독감 의심 환자가 발생한 인도네시아가 자국 내 실태를 2년 동안 은폐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0일 2003년 중반부터 인도네시아의 대규모 양계장에서 조류독감으로 닭들이 집단 사망했으나 앙계 업체의 로비로 정부가 이를 숨겨 조류독감이 확산되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사람은 인도네시아 국립 동물건강센터의 책임자인 트리 사트야 푸트리 나이포스포스였다.
그녀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2003년 중반 이후 관리들은 닭들이 조류독감으로 죽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국내 가금류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8개 농장 업체가 닭과 달걀의 가격 폭락을 우려해 정부에 로비를 해 지난해까지 이 사실을 감췄다”며 “농업장관은 질병 발생은 국가비상사태나 대재난이 아니라고 말했고, 정부는 백신을 위한 예산을 책정해 놓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나이포스포스는 지난달 인도네시아 유력지인 콤파스에서 같은 주장을 했고, 농업 장관은 기사를 보고 그녀를 해임시켰다. 그러나 그녀는 메가와티 전 대통령도 로비에 연루되어 있다고 비난 강도를 높였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나이포스포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건 조류독감이 예상 외로 넓게 퍼졌기 때문이다. 이미 조류독감이 자바와 발리 수마트라섬 등으로 퍼져나간 사례가 올라오고 있고, 오리와 닭들이 집단 폐사한 모습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인도네시아에서는 조류독감 의심환자가 44명이 발생했고, 이 중 9명이 숨졌다. 워싱턴포스트는 6월 자카르타에 사는 부녀가 조류독감 증세로 사망했다고 보도했고, 인도네시아 관영 안타라 통신도 20일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조류독감 의심증세를 보여 입원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조류독감은 각 나라 간에 방역공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퇴치가 힘들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은폐를 걱정하고 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인간 감염이 늘어날수록 변종이 생길 확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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