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인천, 부산ㆍ진해, 광양 등 경제특구와 국제자유도시인 제주도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이 지역에서 학교수업을 영어로 가르치는 새로운 수업방식을 추진키로 했다. 국가경쟁력 확보와 차세대 핵심인력 양성, 외국인 투자유치 확대 등을 목표로 한 구상이다.
영어를 제2 외국어가 아닌 우리 말과 대등하게 사용하자는 게 영어 공용화다. 공식문서와 공공서비스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영어와 한국어를 함께 쓰는 것이다. 당연히 엄청난 예산과 인프라가 요구된다.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영어 공용화를 국가경쟁력과 연관시키는 것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보자면 영어를 잘하는 필리핀은 진작 선진국 대열에 올랐어야 하고, 영어 구사능력이 떨어지는 일본은 경제대국에서 탈락했어야 옳다. 제주도민이 영어를 잘 한다고 외국인 투자가 저절로 들어오고 관광객이 몰려올 리도 없다. 지난해 문화관광부의 한 연구보고서는 “영어 공용화 실시와 국가경쟁력 사이에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3년 전 같은 문제가 제기되자 문화관광부는 “영어 공용화는 어문정책의 근간에 관련된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고한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입장이 그 동안 달라진 것인지, 부처간 조율이 안 된 것인지 어리둥절하다.
교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하는 ‘영어 몰입교육’은 나름대로 장점은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교과교육이 부실해지고 영어교육 열풍을 조장하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국제화 개방화 시대에 영어구사 능력을 높여야 할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효과적으로 국민들의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려면 영어 공용화보다는 실용성 있는 영어교육을 강화하는 쪽이 낫다. 문화적 정체성과 어문정책까지 포함해 보다 넓은 시각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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