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대북사업 파트너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는 20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퇴출이 현대와 북한간 신의를 저버린 행위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배은망덕이라며 “현대와의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담화는 8월 김 전 부회장 사태가 불거진 이후 나온 북측의 첫 공식 반응이다.
아태평화위는 담화에서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개성과 백두산관광 독점권을 받았는데 돌아가자마자 야심가들의 충동을 받아 함께 접견했던 김 전 부회장을 따돌리고 그의 목까지 뗀 데 대해 심한 배신감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태평화위는 특히 “개성관광은 현대와 도저히 할 수 없게 됐으며 부득불 다른 대상들과 관광 협의를 추진해나갈 수밖에 없게 됐다”며 “현대와 체결한 7대협력 사업합의서는 합의의 주체도 다 없어진 조건에서 구태여 그에 구속되어 있을 이유마저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아태평화위는 그러나 “현대에게도 앞날은 있고 길은 있다”며 “현대 상층부가 곁에 붙어 기생하려는 야심가들을 버린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금강산관광의 넓은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언급은 김 전 부회장 축출에 역할을 했던 현대 인사들에 대해 조치를 취한다면 금강산관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으로,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담화는 금강산관광 문제와 관련해 대화의 가능성에 더 비중을 둔 것”이라고 평가하고 “금강산관광 정상화를 위해 정부도 도울 수 있는 문제는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현대 고위관계자도 “이번 담화가 대화의 문을 모두 닫고 판을 깨자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북측의 진의를 파악해 적절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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