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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여행 - 캐나다의 가을 - 선샤인 코스트·밴쿠버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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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여행 - 캐나다의 가을 - 선샤인 코스트·밴쿠버 섬

입력
2005.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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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의 나라. 단풍잎 한 장으로 국가를 상징하는 곳, 캐나다.

독특한 국기만큼이나 여유로운 나라입니다. 남한의 100배 되는 땅덩어리를 3,200만 명의 인구로 감당하는, 여전히 원시의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이지요.

캐나다의 여행은 여유와 여백의 의미를 찾아 오르는 길입니다. 패키지 관광의 코스에 묶여 한 두 군데서 사진만 찍고 다닌다면 이 곳의 진미를 느낄 수 없습니다. 혹시 ‘플라이 앤 드라이브(Fly & Drive)’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공항에 내려 차를 빌려서는 맘껏 돌아다니는 새로운 여행 모델입니다. 화려한 풍광과 잘 갖춰진 교통망 등 캐나다에 딱 어울리는 여행 방법입니다.

‘사는 게 쉬는 것’ 같은 캐나다인들. 그런 사람들이 쉬기 위해 몰려든다는 브리티시 콜럼비아 주의 션샤인 코스트와 밴쿠버 섬을 소개합니다.

태평양, 미국과 맞닿은 남서쪽 자락에 있는 캐나다에서 가장 온화한 기후의 땅입니다. 기다란 밴쿠버 섬이 가로막은 바다 조지아 해협은 호수처럼 고요해 카약, 카누, 스쿠버 다이빙 등의 천국이고, 청정한 공기와 청정한 하늘빛이 참 제격이다 싶은 곳입니다.

풍경과 날씨가 좋다 보니 화가와 음악가 등 예술가들이 꼬이는 법. 마을마다 예술의 향까지 보태니 긴 드라이브의 여행이 지루할 새가 없습니다.

귀가 솔깃해지셨습니까? 그럼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 선샤인 코스트

일년 중 2,400 시간 동안 햇살을 쏘인다는 ‘선샤인 코스트’. 랭데일에서 런드까지 180km에 이르는 긴 해안가의 이름이다. 바다와 산의 대자연 속에서, 보다 느리고 평화로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곳이다.

밴쿠버의 호스슈베이에서 대형 페리에 차를 실었다. 백여대의 차량을 함께 실을 수 있는 크기에 입이 절로 벌어진다. 워낙 크다보니 배의 속도를 가늠키 어렵다.

40분만에 랭데일에 도착했고, 몇분 정도 차로 달리니 아담한 도시 ‘깁슨’이다. 선샤인 코스트의 사실상의 관문이다. 포구에는 정원을 갖춘 배 등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작고 아담한 식당과 주변 풍경만큼이나 예쁜 갤러리들이 늘어서 있다. 휴가철이면 섬유 예술, 카누, 재즈 페스티벌로 흥겨움이 넘친다.

인근의 ‘로버츠 크릭’은 히피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매력적인 동네다. 채식주의자들에게 유명한 ‘검붓(Gum Boot)’이란 카페에서는 몽롱한 음악이 흐르고, 그 옆의 가게 문에는 ‘기타 레슨 받느라 잠시 문을 닫는다’는 안내판이 버젓이 내걸려있다. 자유로운 영혼들의 쉼터이다.

환상적인 분위기의 루비 호수를 지나 얼스코브에서 다시 페리에 오른다. 선샤인 코스트의 나머지 반, 솔터리 베이에서 런드까지 간다. 그 중심은 다양한 스포츠의 메카이며 편안한 휴식처, 파월 리버다.

국가 지정 역사 지구인 ‘타운 사이트’는 1900년대 초반기에서 시간이 멈춘듯한 공간이다. 1920년대에 지어진 ‘파트리샤 시어터’라는 극장이 마을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한다.

● 밴쿠버 섬

파월 리버에서 또 다시 갈아탄 페리. 조지아 해협을 건너 밴쿠버 섬으로 향했다. 남한 땅의 3분의 1 크기다. 동토의 땅 캐나다이지만 좀체 눈구경을 할 수 없는 따뜻한 곳이다. 대부분의 지역이 연방 정부나 주에서 공원으로 지정한 곳이다.

석회암 지대인 ‘호른 레이크’ 공원에서는 동굴 체험을 즐길 수 있다. 7개의 동굴 중 3개가 일반에 개방됐다. 우리의 관광 동굴 마냥 계단과 조명을 갖추고 있지 않아, 날 것 그대로의 냄새가 난다.

컴컴한 굴속을 안전모에 달린 랜턴에만 의지해 탐험하는 재미가 각별하다. 가이드가 “잠시 그 랜턴을 끄자”고 제안한다. 암흑과 공허.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그 빛이 그빛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깊은 어둠.

밴쿠버 섬에서 벽화의 도시 ‘슈메이너스’를 빠뜨려선 안 된다. 곳곳이 벽화로 장식된 이 도시는 세계 최대 야외 갤러리라 불리는 곳이다. 보도에 그려진 노란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17, 18세기 당시 주민 생활을 주제로 그린 벽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

연어 산란 보호 구역인 ‘골드 스트림’ 공원은 과연 이름값을 한다. 노란 단풍과 그 빛이 비친 물빛으로 천지가 노랗다. 음식 축제로 유명한 ‘코위찬’에서는 ‘와인 루트’ 길을 따라 포도 농장들을 들러볼 수 있다. 드넓은 포도밭을 구경하며 와인 맛도 볼 수 있다.

브리티시 콜럼비아(캐나다)=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밴쿠버·빅토리아

캐나다의 브리티시 콜럼비아(BC)에 왔다면 꼭 들러야 하는 2개의 도시가 있다. 천연의 자연과 현대의 세련됨이 공존하고 있는 밴쿠버와 빅토리아가 그 곳이다. 다중적인 문화의 하모니가 울려 퍼지는 이 두 도시는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 밴쿠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즈음 돈 많은 홍콩 재력가들이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무더기로 이주한 곳이 바로 밴쿠버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홍쿠버’다.

눈 덮인 높은 산과 태평양의 바다를 함께 끼고 있는 천혜의 자연 조건이 밴쿠버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밴쿠버 다운타운과 이어진 스탠리 파크는 여의도 절반 크기(40만5,000㎡). 도시내 공원으로는 상당한 규모다.

예전에 무기 저장소로 이용된 덕분(?)에 원시림이 개발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침이면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산책로 가득 시민들이 달린다.

카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는 보행교 중 세계 최장의 현수교. 계곡 물 위 70여m 높이에 걸쳐진 다리의 길이가 137m다. 목재 운반용으로 1889년에 처음 만들어진 이 다리는 이후 관광용으로 사랑 받고 있다.

다리 건너 숲속은 공원으로 꾸며졌다. 수백년 된 아름드리 전나무들을 현수교가 연결하고 있다. 땅에서만 바라보던 숲과는 다른 모습이다. 새들의 눈높이에서 숲을 내려다 보는 감흥이 이만저만 아니다.

서스펜션 브리지에서 가까운 그라우스 마운틴은 밴쿠버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 고속 케이블카가 8분만에 1,100m 높이의 정상에 올려 놓는다.

겨울에는 스키어들에게 각광 받는 스키장으로 변신한다. 불 밝힌 밴쿠버 시를 향해 돌진하는 기분은 압권이라고.

밴쿠버 시의 최고 번화가는 롭슨 스트리트. ‘밴쿠버의 로데오 거리’라 불리는 쇼핑 명소다. 그랜빌 섬도 매력 넘치는 공간. 공장과 창고로 쓰던 건물이었지만 재개발을 통해 재래 시장과 레스토랑, 갤러리, 쇼핑몰 등으로 둔갑한 곳이다.

예술과 생활이 결합된, 우리나라로 치자면 인사동, 홍대앞, 청담동, 동대문 시장 등지의 분위기를 언뜻 닮아 있다.

♣ 빅토리아

BC의 주도(州都) 빅토리아는 19세기 영국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항구 도시다. 이너하버 주위를 둘러싼 고풍스런 건물덕에 유럽의 고도에 온 듯한 느낌이다. 이너하버 안쪽의 1886년에 세워진 로얄 BC 박물관은 세계에서 알아주는 자연사 박물관이다. 원주민들의 예술품들로 유명하다.

너른 잔디밭을 가진 주 의사당의 고풍스런 건물은 밤이면 수많은 전구들이 아름다운 야경을 수놓는다. 담쟁이 우거진 페어몬트 엠프레스 호텔 건물도 옛 멋을 선사하는 곳. 영국인들이 그러했듯, 지금도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다.

시내와 20km 거리의 부차드 가든은 세계적으로 손꼽는 아름다운 정원. 빅토리아까지 왔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석회석을 채취하러 온 부차드 부부가 1900년대 초에 일궈낸 정원이다.

남편은 땅을 파내 시멘트를 만들었고 아내는 폐허이다시피 했던 그 곳에 꽃을 심어 새 생명을 잉태했다.

석회석을 파내 움푹 들어간 곳에 만든 선큰(Sunken)정원이 부차드 가든의 의미와 역사를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름다운 장미로 수놓인 정원은 세계 여타 장미 정원의 모델을 제시했는데, 일본 정원의 동양적 미를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는 평이다.

밴쿠버ㆍ빅토리아=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여행수첩/ 캐나다 벤쿠버

서울과 캐나다 밴쿠버와의 시차는 17시간. 지금은 서머 타임(4월 첫주 일요일~10월 마지막 주 일요일)으로 16시간이 느리다. 한국이 21일 오전 9시라면 밴쿠버는 20일 오후 5시다.

영어와 불어를 함께 공용어로 사용하는 캐나다지만 브리티시 콜럼비아(이하 BC)는 주로 영어가 통용된다. 6개월 미만 머무는 관광, 친지 방문이 목적이면 비자가 필요 없다. 전압은 110볼트를 사용하니 끝이 납작한 110볼트용 플러그를 준비해야 한다. 통화는 캐나다 달러. 현재 환율은 1달러 당 900원 가량.

공항에 Avis, Hertz, Alamo, Budget 등 렌터카 업체가 입점해 있다.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인 포드의 익스플로러의 경우 1주일간 빌리는데 300달러 정도. 여권과 국제 면허증을 가지고 가면 차를 빌릴 수 있다. 국제 면허증은 출국하기 전에 운전 면허 시험장에 가면 당일 발급 받을 수 있다.

페리 요금은 차량(7인승 이하) 탑재시 빅토리아와 밴쿠버 시를 이동하는 경우(편도) 운전자를 포함해 31.25~33.25달러. 추가 1명 당 1.75달러를 받는다. 자세한 요금과 운행 시각은 www.bcferrie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에어캐나다에서 매일 밴쿠버 직항 노선을 운항한다.

캐나다 관광청 서울사무소(www.travelcanada.or.kr) (02)733-7740,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관광청 (02)777-1977

■ 길에서 띄우는 편지/ 선샤인 코스트의 관문, 깁슨

선샤인 코스트의 관문인 깁슨에 들렀을 때 일입니다. 한 중년 여인이 우리 일행을 마중 나왔습니다. 깁슨을 소개하기 위해 나온 분입니다.

1886년 깁슨이란 사람이 두 아들과 함께 밴쿠버 섬으로 가려다 우연히 발견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도시라고 합니다. 120년 전 일입니다.

그저 제 눈에는 조용하고 작은 항구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데 그는 집 한 채, 기둥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소개한 곳은 부둣가에 ‘몰리스 리치(Molly’s Reach)’란 간판을 내 건 노란 레스토랑. 우리의 ‘전원 일기’처럼 19년간 방송됐던 TV 드라마 ‘비치콤버(Beachcomber)’의 촬영 무대라고 합니다.

관심 있어 하는 이방인의 눈빛에 탄력을 받았는지 이번에는 길 건너편의 2층 집을 가리키더군요. 1913년 이 곳에 처음 들어온 의사가 살던 집이라면서. 8명의 자녀 얘기까지 얼굴에 한껏 미소가 번집니다.

자리를 옮겨서는 아예 그 의사의 손녀라며 한 할머니를 모셔왔습니다. 이 분 또한 어깨를 펴들고는 아버지도, 삼촌도 의사로 깁슨을 지켜온 것을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덩치만 컸지 겁 많던 벌목공 치료 얘기 등 에피소드까지 곁들여가며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듣고 있다 보니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아무리 짧은 역사라지만 마을의 첫번째 의사가 머물던 집까지 이방인에게 자랑할 만한 일인가 해서요.

하지만 역사를 설명하는 그들의 표정은 너무나 진지했습니다. 우리 어르신들이 족보를 들먹이며 조상님들을 얘기할 때의 자랑스런 눈빛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배달 겨레의 5,000년에는 견줄 수 없는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의 ‘작은 역사’를 소중히 지키고 또 그 역사를 다듬고 만들어가고 있는 그들입니다.

역사는 그저 흘려보낸 시간만도, 그 시간의 길고 짧음으로만 견줄 수 있는 것도 아닌 듯 합니다.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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