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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극적인 기러기 아빠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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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극적인 기러기 아빠의 죽음

입력
2005.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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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아내와 함께 유학 보내놓고 홀로 지내던 ‘기러기 아빠’가 숨진 지 5일만에 발견됐다. 유학비용을 대는 경제적 어려움과 외로움을 술과 담배로 달래다 지병인 고혈압이 악화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 6년 동안 좁은 원룸에서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고독을 삼켜야 했던 부정(父情)이 안타깝다.

우리 주변에는 기러기 아빠들이 수없이 많다. 부유층뿐 아니라 능력이 안 되는 중산층 이하까지 유학대열에 합류한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돈 문제와 가족문제, 건강문제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세간의 유행어처럼 경제적 여유가 있어 언제든 가족을 보러 갈 수 있는 ‘독수리 아빠’나 가끔 가는 ‘기러기 아빠’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번에 숨진 50대같이 경제 형편상 가족과 단절된 채 지내는 ‘펭귄아빠’는 퇴로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부인과 이혼한 뒤 충격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거나 건강을 소홀히 해 숨졌다는 사연이 낯설지 않다.

기러기 아빠가 양산되는 배경에는 내 자식은 남들보다 뛰어나게 키워야겠다는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욕심이 바탕에 깔려있는 게 사실이다. 해외유학에 대한 그릇된 환상과 맹목적인 기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씁쓸한 풍경을 개인의 문제로만 돌릴 것은 아니다.

자녀들의 외국행 결정은 교육현실에 대한 불만이 상당부분 작용한다. 넘치는 교육열을 국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지 못한다고 여기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입시지옥에 넌더리를 내고 자녀에게 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게 해주자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경우건 공교육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은 ‘학교교육에 대항하는 한국인들’이라는 기사에서 “현 학교교육이 성적만 강조하는 한 다른 교육기회를 찾아 한국을 떠나는 엑소더스 행렬은 계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러기 아빠의 불행을 막으려면 부모들이 조기 유학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하며, 사회적으로는 황폐한 공교육을 살려내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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