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를 마무리하는 4차전에서 마침내 그가 오른 주먹을 불끈 쳐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올 시즌 내내 찾아볼 수 없던 진기한 모습이다.
‘포커페이스’ 오승환이 김정수(86년) 이종범(93년)에 이어 루키로는 역대3번째로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시즌 내내 무표정한 얼굴로 마운드에 올라 묵직한 구질로 삼성의 뒷문을 굳게 지켰던 오승환은 한국시리즈에서도 괴력을 발휘했다. 1, 2, 4차전 3게임에 마무리로 등판, 7이닝 4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1승1세이브에 방어율 제로.
16일 2차전 당시 2-2로 맞선 연장 10회초 무사 1, 2루에서 구원등판, 삼자범퇴로 팀을 벼랑에서 구한 것은 백미였고 4연승 우승의 분수령이었다.
이 때문에 선동열 감독은 이번 4차전에 앞서 아무리 많이 이기고 있어도 오승환을 마무리로 기용하겠다고 했고 8-1로 승부가 완전히 기운 8회 등판, 2이닝을 깔끔히 막았다. 마지막 볼카운트를 잡는 영광을 준 것으로 한국시리즈 논공행상에서 일등공신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뜻이었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올시즌 삼성에 입단한 오승환은 중간계투에서 시작해 특유의 강심장과 묵직한 구질로 아예 붙박이 마무리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전력 때문에 올 시즌 10승 16세이브 11홀더로 프로 첫 ‘트리플 더블’의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오승환은 MVP 확정후 “아직도 스타선수라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이 순간이 끝이 아니라 시작인 만큼 내년에는 더욱 나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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