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ㆍ해ㆍ공 자위대의 장교단을 양성하는 일본 방위대학교의 학생(생도)들이 매년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집단 참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쿄(東京)의 방위대 졸업생들에 따르면 이 학교는 매년 가을 야스쿠니 참배 행사를 거행하고 있으며, 1, 700여명 재학생 대부분이 이에 참가하고 있다. 학생들은 토요일 오후 체육복차림으로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시에 있는 학교를 출발, 70㎞정도를 행군해 다음날 오전 야스쿠니신사에 도착, 정복으로 갈아입고 참배하고 있다.
이 행사는 학생회가 주관하는 형식으로 치러지고 있다. 방위대학교 관계자는 20일 한국일보의 확인 요청에 대해 “참배는 학생 스스로가 하는 것으로, 학교의 관여는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교생이 참가하는 행사이고, 학생들이 참배 직전 정복으로 갈아입을 뿐 아니라 정복도 학교측이 제공한 버스로 나르고 있는 것 등으로 볼 때 사실상 학교가 주관하는 공식행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장래 자위대의 핵심간부이 될 학생들에게 2차대전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도록 한 것은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군사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방위대의 한 동문은 “20여년 전만 해도 야스쿠니 참배는 개인 의사에 맡겼고 복장도 자유였다”면서 “‘옷 갈아입기’식 정복 참배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가 시작된 10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야스쿠니 신사에서 총리라고 서명을 하면서도 개인적인 참배라고 주장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 純一郞)총리와 같은 논리”라고 비난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설립된 일본 방위대학교는 우리의 사관학교에 해당하는 4년 제 학부와 국방대학원에 해당하는 대학원으로 구성돼 있다. 한 학년에 400~500명 배출되는 졸업생은 간부후보과정 훈련을 거쳐 육ㆍ해ㆍ공 자위대의 ‘3위(소위)로 임관될 수 있다.
방위대에는 우리 사관학교 생도와 졸업생이 각각 학부에 3명, 대학원에 10명 교육을 받고 있으나 이들은 참배에 참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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