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 캐롤 루에커트씨는 노동당 창건 60주년인 10일을 전후해 5일간 북한을 다녀왔다. 아리랑축전을 맞아 북한이 3년 만에 미국인들에게 단체관광의 빗장을 푼 것. 루에커트씨는 19일 BBC 인터넷판에 실은 방북기에서 반미구호를 철거하고 미국을 배려하는 북한 당국의 모습을 전했다. 다음은 요지.
평양 공항에서 시내로 출발하기 위해 버스에 오르자 가이드는 영어로 “당신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할 것” “미 제국주의자라고 부를 때도 있을 것”이라며 농담조로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환대했다. 일행은 미국인과 비 미국인으로 나뉘었다. 우리는 어울려 사진을 찍고, 대화도 나누고, 노래를 부르고, 맥주도 같이 마셨다. 북한에 ‘악의 축’이란 꼬리표가 붙어있지만 주민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가족, 예의 등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들이었다.
북한에 가기 전에 시내 곳곳에서 반미 게시판과 구호를 볼 것이라는 얘기를 듣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반미구호가 모두 철거됐다. 유일하게 찾은 것은 개성소년학생궁전에서 본 놀이기구다. 주민들이 코가 긴 미국인 형상에 다트를 던지거나 미군이 그려진 그림의 구멍에 공을 던지며 놀고 있었다.
판문점에서 만난 경비병은 미국정부와 미국인을 다르게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에 미제 말보로 담배를 손에 들고 있었다.
북한 당국은 미국인들이 김일성 주석의 묘를 방문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군사박물관 관람 일정을 뺐다.
우리가 머문 고려호텔에선 전기나 난방, 수도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호텔 밖의 형편이 어떤지는 말하기 어렵다. 전기를 절약하려고 밤에는 가로등을 밝히지 않은 거리에서 젊은 남녀가 스타워즈에 나오는 광선검과 같은 표시등을 들고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북한에 있는 동안 단 한 순간도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 적이 없다. ‘아리랑’ 공연 관람 도중 출연자들이 청중을 향해 라이플을 겨눌 때만을 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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