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동아시아는 유럽의 실수를 되풀이 할 것인가’라는 칼럼을 통해 동아시아가 19세기 말 유럽처럼 배타적 민족주의에서 비롯된 정치적 갈등으로 큰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칼럼을 쓴 랄프 스트라우스 하버드대 교수는 동아시아와 세기말 유럽 정세의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꼽았다. 유례 없는 경제 부흥과 통합이 진행되고 군사력이 증강되는 가운데 영토분쟁 지역에 군함이 배치돼 있다. 또 쇼비니즘(광신적 애국주의)과 국가적 편견의 광풍이 일고 있는데도 주요 국가들은 과거문제를 해결하지도, 반성하지도 않고 있다.
그는 유럽은 제 1차 세계대전으로 파국을 맞았지만 동아시아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스트라우스 교수는 그러면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를 위기의 원인 제공자로 꼽았다.
정치적 화해는 일방통행이 아니며, 내가 내민 손을 상대방이 잡아줄 때야 가능한 일인데도 고이즈미 총리는 과거 전쟁의 상처를 안고 있는 한국,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는 앞으로도 일본을 국수주의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며 정치적 인기를 얻으려는 이웃나라 위정자가 또 다른 국수주의를 자극하면서 악순환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트라우스 교수는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 쑥대밭이나 다름 없던 유럽이 경제 뿐만 아니라 정치 영역에서도 통합을 이룬 비결을 배워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럽 국가들은 공동체를 만들어냈다. 그러기 위해 먼저 과거의 잘못을 숨김없이 고백하고 반성하며 서로에게 정직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리고는 선조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현재의 후손까지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데 뜻을 모았다.
스트라우스 교수는 서로를 적으로 여겼던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독일과 폴란드가 ▦역사교과서 수정을 위한 공동조사위원회 구성 ▦청소년 상호 교류 확대 등 많은 노력을 한 사실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동아시아에서는 바로 한국, 중국, 일본이 프랑스 독일 폴란드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후 유럽에선 이들 국가의 정부와 사회 엘리트들이 국가를 초월한 공감대를 만들어 과격한 민족주의와 싸웠다. 스트라우스 교수는 그러나 지금 동아시아에선 정부가 도리어 민족주의 경향을 부추기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개탄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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