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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위기에 처한 한국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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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위기에 처한 한국 청소년

입력
2005.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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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소년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범죄나 자살, 가출 등 ‘고 위험상태’에 처한 청소년이 42만 명에 달하고, 그 직전의 ‘중 위험군’에 속한 아이들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청소년 인구의 20%를 넘는 170만 명 정도가 이른바 ‘위기 청소년’이라고 한다. 국가의 미래가 걱정되는 심각한 상황이다.

당연히 청소년 관련 정책과 제도, 법규 문제를 따져야 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사는 모습 전반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가정 폭력과 아동 학대, 불화의 만연으로 인한 ‘가정 해체’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화젯거리가 아니다. 학교는 유복한 아이들의 과시와 사교육 성과의 경연장인 반면에 어렵거나 병든 가정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을 걸러내고 격리하고 소외시키는 과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정과 배려보다는 경쟁과 배타를 먼저 배운 아이들의 집단 따돌림과 폭력은 이미 통제가 곤란한 상태에 이르렀다. 유흥과 향락에 찌든 거리는 현란한 조명과 환상으로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심지어 이들의 성을 강탈하거나 노동력을 갈취하는 부도덕의 극치가 구조화되어 있다.

기업 마케팅의 주 공격 대상은 경제력이 없는 청소년들이다. 휴대 전화와 패션 명품, 노래방과 PC방, 라디오와 TV의 광고와 오락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청소년을 겨냥하고 있는 우리 현실은 마치 기성사회 전체가 청소년을 착취해서 먹고산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170만명이 위험상태

청소년의 소비와 향락을 부추기는 사회는 청소년 범죄와 탈선을 부른다. 더구나 이미 ‘좋은 대학 갈 가능성이 없어’ 곁다리 인생쯤으로 취급받는 청소년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가 사는 모습 자체를 바꿔나가야 한다.

성공과 생존을 위해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가장들은 가정과 자녀를 멀리하고 밤이나 낮이나 직장과 술집에서 직장과 상사를 위해 몸을 바치거나 승진과 자격증을 위해 학원과 고시원에서 밤을 불사른다. 맹모삼천지교의 교육열은 촌지와 조기유학, 사교육 열풍이라는 돌연변이로 환생해서 아이들의 몸과 마음, 교사들의 직업의식을 병들게 하고 있다.

최고가 아니면 살아날 수 없다는 말을 주문처럼 듣고 자라는 아이들 중 다수는 일찍부터 자신은 세상의 주인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산업혁명 초기와 같은 무조건적 경쟁지상주의와 천민자본주의가 우리 청소년들을 혼란과 방황, 탈선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종주국인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극복되고 사라진 현상들이다.

최고, 돈, 권력, 명예 등 획일화한 가치를 추구하며 좁은 길에 모두 함께 몰려 북새통을 이루다 약한 이는 눌리고 밟히고 떨어져 나가는 사회는 온전히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소치다.

해답은 가치의 다양화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책 속의 상식을 현실화해야 한다. 청소년 각자의 타고난 특성과 취향을 살려 각자의 고유한 삶의 설계, 행복 찾기를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그들에게 희망을 줘야

고시만 합격하면 돈과 권력을 한 손에 쥐고, 계급이 높고 돈이 많으면 사람을 마소 부리듯 할 수 있고, 부모가 힘 있으면 아이도 학교에서 귀족이 되는 등의 세 가지 문제만 해결해도 위기에 처한 청소년의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고 그만큼 우리 국가와 민족의 장래가 밝아질 것이다.

있는 놈, 가진 자들에게 눌리고 치이는 ‘한’만 쌓이지 않아도, 그래서 가정과 삶을 포기하고라도 성공해야 한다는 집착만 버릴 수 있어도, 어른들이 청소년과 대화하고 고민과 걱정을 들어줄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명문대학 인기학과에 가지 않아도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어 청소년 누구나 희망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정을 키우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체득하며 저마다 실현 가능한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청소년들로 가득한 희망찬 한국사회를 소망해 본다.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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