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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400여년 지나 영화화 세익스피어 고전 '베니스의 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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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400여년 지나 영화화 세익스피어 고전 '베니스의 상인'

입력
2005.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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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세익스피어의 고전 ‘베니스의 상인’은 몇 편의 무성영화로 만들어진 적은 있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적은 없다. 21일 개봉하는 마이클 레드포드 감독의 ‘베니스의 상인’은 최초로 이 고전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너무 잘 알려진 작품이라는 점, 물의 도시 베니스가 무대라는 촬영 상의 난점 등 외에도 소설이 담고 있는 반유대주의적 주제를 어떻게 소화해야 할 지가 난감했던 지라 소설의 영화화는 오랫동안 시도되지 않았다.

고전이 뿜어내는 카리스마에 너무 사로잡힌 것인지, 영화는 원작을 비교적 충실하게 재현하는 데 집중한다. 다만 샤일록이라는 인물의 내면을 좀 더 충실하게 잡아간다는 점이 다르다.

원작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1파운드의 살점을 달라”고 요구하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의 파멸과 젊은 귀족 안토니오의 승리를 대립시킨다. 하지만 고리대금업으로 살아가는 유대 민족에 대한 이 인종차별적인 시선은 당시 유럽인들에게는 쾌감을 안겨줬을지언정, 현대적 정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때문에 영화는 샤일록을 이도교라는 이유로 차별과 멸시를 견뎌야 했던, 절절한 아픔을 간직한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낸다. 초반 안토니오가 샤일록의 얼굴에 침을 뱉는 원작에 없는 사건을 삽입한 것도, ‘살 한 덩어리’를 요구한 샤일록의 억지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물론 샤일록을 연기한 알 파치노의 묵직한 연기가 뒷받침하지 않았다면 이 모든 시도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여기에 나른하고 동성애자 같은 느낌을 풍기는 안토니오를 연기한 제레미 아이언스, 물안개가 자욱한 베니스, 부유한 상속녀 포시아(린 콜린스)가 살고 있는 상상의 섬 벨몬트 등의 환상적인 풍광이 펼쳐져 영화는 꽤나 근사한 재미를 제공한다.

베니스 현지에서 촬영한 영화의 제작진은 철저한 고증에 바탕해, 연회복과 샤일록의 빨간 모자까지 제작했으며 당시 법에 따라 가슴을 드러낸 채 호객행위를 해야 했던 창녀들의 모습 등까지 그대로 재현해냈다. 12세.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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