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영 연세대 총장이 그제 한 강연에서 “민생이 도탄에 빠졌다는 말이 과장만은 아닌 것 같다”며 “(생산성 향상보다 형평성을 중시하는) 이런 경제가 활력을 갖기는 어려운 만큼 국민의 살림살이를 정성껏 챙기는 경제정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ㆍ관ㆍ재계의 경제분야 원로와 전문가들이 모여 지난달 초 만든 한국선진화포럼의 첫번째 토론회에서다.
정 총장은 또 “한국경제가 선진화의 길을 가려면 ‘기업가는 혁신의 주체이고 혁신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임을 상기해야 한다”며 “고령화ㆍ저출산 등의 추세를 볼 때 앞으로 10년이 우리에게는 마지막 기회의 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200선을 넘나드는 주가, 8ㆍ31 부동산대책의 효과, 6자회담의 성과 등을 내세우며 “우리 경제가 마침내 나랏재도 넘고 하늘재도 넘었다”고 말해온 정부 관계자들은 왠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반문할 법하다.
또 최근 콜금리를 올린 한국은행과 재정정책기조를 안정 혹은 긴축으로 전환하라고 권고한 한국경제연구원(KDI)의 낙관적 경기전망에 기대를 걸었던 많은 사람들도 어리둥절한 느낌을 가질 만하다.
정 총장의 답변은 간단하고 명확하다. “성장률 실업률 물가상승률 국제수지 등 주요 거시지표 위주로 경제운용의 성과를 말하는데 이들은 보조 수단일 뿐이고 숫자 뒤에 숨은, 사람들의 실제 살림살이가 어떤 지를 중시하는 민본 경제정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같은 자리에서 서강대 김광두 교수는 “주요 선진국이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설비투자가 결정적 역할을 했으나 현재 한국의 GDP 대비 설비투자 기여율은 선진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며 기업투자 활성화가 우리 경제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역설했다.
선진화포럼이 실시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역시 두 사람의 주장을 적극 뒷받침한다. 평등과 분배를 앞세운 명분투쟁은 이제 접고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는 것이다. 경제관료들마저 공허한 이념투쟁에 휘말리면 나라엔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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