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 미국 워싱턴에서 제11회 바다 이름에 관한 국제 세미나가 열렸다. 5일간의 일정 가운데 가고 오는 데 이틀이 걸렸기 때문에 꽤 피곤했다. 시차 적응도 힘들었고 워싱턴에는 비도 많이 내렸지만 세미나는 성공적이었다.
독도가 고대부터 한국 영역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많은 고지도를 보여준 성신여대 양보경 교수의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남해가 오랫동안 서양인들에 의해 한국어 발음 그대로 불렸다고 한 프랑스 리옹 대학 세실 미슈데 교수의 발표도 있었다.
세미나에 참가한 여러 나라 회원들은 워싱턴에 모이기 전에 일본 대사로부터 이 모임에 참가하지 말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물론 대사가 직접 말하지는 않았겠지만, 참석자들은 다들 일본 대사가 말한 의도가 분명했다고 했다.
한 미국인 회원은 다음 회의 때 내가 사회자 중 한 명이 될 수 있겠다고 했다. 세미나도중 참석자들 간에 자주 오해가 생겼는데 내가 그 오해가 풀리도록 대답이나 질문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가 사회자라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매우 영광일 것 같다. 이번 세미나는 동료 학자들을 만나고 새로운 연구 방향을 위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계기가 됐다.
워싱턴에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행복함을 느꼈고 그 느낌은 이곳이 내 집이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들, 이웃들, 학생들, 가끔 가는 수영장의 직원들마저 내가 없어서 서운했던 것 같다. 많은 한국인이 외국에서 살고 싶어하는데 정말 이해가 안 간다. 한국인들이 내게 네덜란드로 돌아가고 싶어하는지 물어보면 내 대답은 ‘아니오’이다.
서울 집에 오니 480통의 스팸 아닌 메일이 기다리고 있었고 대부분 얼른 답장을 해야 하는 것들이었다. 물론 학교 일도 곧바로 해야 했다. 돌아온 다음날은 네덜란드 라디오방송 인터뷰가 두 건이나 있었다.
하나는 한국인이 보는 TV프로그램에 관한 것이었고 또 하나는 요즘 한국신문에 실리는 주요 사건들과 워싱턴의 세미나에 관한 것이었다. 라디오 진행자와 네덜란드 청취자들은 왜 한국인들이 대부분의 세계 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데 대해 불쾌해 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는지에 대해 궁금해 했다.
이렇게 정신없이 바쁜 하루하루였지만 내게는 모든 것이 내게 소중하고 놓치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 그래서 때때로 일주일이 14일이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헨니 사브나이에· 네덜란드인· 단국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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