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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반인권범죄 재판' 시작 직후 연기/ "난 아직 대통령" 쿠르드족 판사와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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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반인권범죄 재판' 시작 직후 연기/ "난 아직 대통령" 쿠르드족 판사와 설전

입력
2005.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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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을 밝히시오.”“당신이야 말로 누구이며, 무엇하는 자들인가.”

“이라크 형사법원이요.” “네가 이라크인이면 날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신이 직접 말하시오.” “나를 선출한 위대한 이라크 국민을 존경하는 뜻에서 나는 이 재판에서 증언하지 않겠다. 나에게는 이라크 대통령으로서 헌법상의 권리가 있다.”

“재판에는 절차가 있소.” “나는 당신을 임명한 자들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침략은 불법이고, 불법 위에 세워진 것들도 불법이다.”

19일 열린 사담 후세인(68) 전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반 인권범죄 재판은 시작하자마자 수석판사와 후세인의 설전으로 파행을 겪은 끝에 연기됐다.

후세인은 이름을 묻는 수석 판사의 인정신문을 거부한 뒤 바로 법정의 불법성을 제기하는 공격적인 자세를 보였다. 재판관들은 후세인이 끝까지 법정을 부인하는 발언을 계속하자 그를 자리에 앉힌 뒤 함께 기소된 다른 7명에 대한 인정신문으로 옮겨갔다.

재판은 바그다드의 안전지대(그린 존)에 있는 과거 집권 바트당의 중앙당사에 설치된 특별법정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후 1시께 재판이 시작되자 후세인을 포함한 8명의 피고인이 법정에 들어섰다. 두 명의 교도관의 호위를 받으며 가장 마지막에 입정한 후세인은 자리에 앉으며 다른 피고인들에게 “평화가 있기를”이라는 인사를 건넸다. 피고석은 만약의 사태를 우려해 흰색 철제로 된 칸막이가 육중하게 둘러 쳐졌다.

후세인은 약간 야윈 얼굴이었으나 비교적 말쑥했다. 짙은 회색 양복 상의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그는 재판 도중 가끔 길게 자란 턱수염을 어루만지는 여유를 보였다.

그는 쿠르드족인 리즈가 모하마드 아민 수석판사를 철저히 무시하며 재판의 정통성을 원천 부인했다. 자신에게 제기된 집단학살 혐의에 대해 “죄가 없다”고 대답했다. 재판 내내 후세인은 크지 않은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완강하고 단호하게 밝혔다.

이날 재판과정은 30분의 시차를 두고 이라크 TV와 위성을 통해 아랍전역에 방영됐다. 미국 CNN 방송도 생중계했다.

후세인의 유일한 변호인은 칼릴 알 둘라이미는 심리 연기를 요청했다. 변론을 준비하고, 또 아랍권과 서방의 변호인단이 합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재판을 11월28일 이후로 연기했다.

법정 안팎은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취재진을 포함한 방청객은 X_레이 검색대, 안구 및 지문 스캐너 등 겹겹이 둘러쳐진 보안 시스템을 거친 뒤 입장했다. 증인대는 증인의 안전을 위해 커튼으로 가려지고, 취재진, 입회인석은 방탄 유리로 법정과 분리했다. 취재진들의 노트북 컴퓨터는 물론 볼펜까지도 법정반입이 금지됐다.

이번 재판이 심리할 후세인의 혐의는 1982년 바그다드 북쪽 시아파 마을인 두자일 마을에서 자행된 마을 주민 150여명에 대한 집단학살 사건 개입이다. 후세인에게 적용된 10여 개의 혐의 중 비교적 혐의사실이 단순하고 입증이 쉽다는 점에서다.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최고 교수형도 가능하다.

특별재판소는 후세인의 바트당이 권력을 잡은 1968년 7월부터 몰락한 2003년 5월까지 저질러진 반 인도주의 범죄 및 전쟁범죄 등을 재판하기 위해 2003년 12월 미군 주도 임시행정처(CPA)에 의해 설립됐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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