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 9명의 대법관 후보군 가운데 김지형, 김황식, 박시환씨 등 3명을 최종 제청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대법관에 대한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최대한 아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먼저 박시환 변호사의 경우 이번 인사의 최대 화두였던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차원에서 선택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다양화 못지않게 중요 요소로 고려된 것이 비서울대 출신 포함 문제.
다음달 배기원 대법관이 퇴임하면 대법관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만 남기 때문이다. 9명 후보 가운데 비서울대 출신은 김지형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손용근 법원도서관장 2명이었으나, 김황식 법원행정처 차장이 제청 대상으로 정해지면서 김 부장판사가 낙점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경험 많은 고위법관 출신으로 서열을 감안해 선택된 김 차장과 손 관장이 모두 이 대법원장의 광주일고 후배라서 동시 제청에는 부담이 많았다는 것이다.
김 차장의 경우 막판까지 사시 14회 동기인 이홍훈 수원지법원장과 경합했으나, 이 법원장의 경우 박 변호사와 함께 재야에서 적극 미는 인물이어서 동시에 뽑기는 어려웠으리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김 차장이 법원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주류라는 점에서 인사의 균형을 살리는 차원에서 김 차장이 유리했다는 해석이다.
이번 제청은 무엇보다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는 신호탄 성격이 강하다. 보수 성향의 고참 법관 출신이 대다수였던 대법관 구성에 50세 전후의 두 사람이 가세함으로써 평균연령이 대폭 낮아졌다. 두 사람이 개혁적 판결로 그 동안 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은 점으로 미뤄 앞으로 대법원의 판결 성향에도 적잖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선의 경향은 내년 5명의 대법관 교체 때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역할을 대신할 고법 상고부가 설치되면 앞으로 대법원은 정책법원으로서 더욱 다양한 인사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에 탈락한 양창수 교수와 전수안(여) 부장판사의 내년 발탁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선 법관들은 대부분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오랜 서열중심 인사 전통이 무너졌다는 점에 적잖은 우려를 표시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예상보다 더 급진적인 색채로 진용이 짜여졌다”며 “현재 진행중인 사법개혁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부장판사는 “21회보다 위의 기수는 그만두라는 소리다. 대법원장이 인적청산에 나섰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며 “이들이 과거사 정리 등 대법원장의 입장을 앞장 서 지지할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법관은…
대법관은 법관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기는 6년, 연임이 가능하다.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으로 구성되나 이용훈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장을 일반 법관으로 임명, 대법관 수를 1명 줄이기로 법개정을 추진키로 해 13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대법관이 되려면 40세 이상으로 변호사 자격을 갖고 15년 이상 법조계나 관련 학계, 국가기관 및 자치단체, 공기업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정년은 65세.
대법관 3명씩 소부(小部)를 구성해 재판을 하며, 판례를 변경하거나 소부에서 합의가 되지 않는 사건은 대법관 전원합의부에서 판결한다. 대법원은 최종심인 만큼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대법관 구성이 다양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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