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에서 열린 한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던 40대 남성이 달리던 도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2월 밀양, 4월 전주, 9월 경남 대회에 이어 마라톤 도중 올들어 벌써 4번째 사망 사고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250개 대회가 열릴 만큼 마라톤 붐을 맞고 있지만 4년간 국내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 도중 목숨을 잃은 사람은 20여명에 달한다.
마라톤 뿐 아니다. 15일 경기 양주시 도봉산을 오르던 만화가 박봉성(56)씨가, 이달 9일에는 경기 포천 명성산에서 등산하던 김모(54)씨가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또 5월에는 충북 청주의 한 피트니스 클럽에서 러닝머신으로 운동하던 한모(41ㆍ여)씨가 숨지는 등 건강을 챙기기 위해 운동을 하다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양대 김경수(심장내과) 교수는 “마라톤처럼 격렬한 운동 중에는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누구든 돌연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16일 사망한 박모(48)씨의 경우 수년간 마라톤을 하면서 풀코스를 완주한 경험도 있는 베테랑이었다. 다른 운동 역시 비슷하다.
서울아산병원 임경수 응급실장은 “느리게 걷는 산행이라도 무리하면 심장에 큰 부담을 준다”며 “운동부하량 검사를 통해 자신의 체력에 맞는 운동 형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처럼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시기에는 말초혈관이 수축해 운동 중 심장마비의 위험이 그만큼 높아진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윤성원 전문체육실장은 “여름에 운동할 때보다 2배의 시간을 들여 사전에 충분히 몸을 풀어줘야 사고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운동 중 돌연사의 위험에 대해 비교적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라톤동호회 ‘마라톤온라인’이 최근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1.9%가 돌연사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거나 체력적으로 자신 있어 괜찮다’고 응답했다. 운동량에 대한 적절한 처방을 받으면서 마라톤을 즐긴다는 대답은 23.8%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지나친 자신감과 경쟁심으로 인한 과욕을 버리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음주나 스트레스, 수면부족 등 정상적인 신체상태가 아닌 경우에는 가급적 운동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소장은 “운동 도중 갑자기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기고 넘어가선 안 된다”며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즉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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