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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클래식] 현대 음악의 '개척'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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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클래식] 현대 음악의 '개척' 콤플렉스

입력
2005.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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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이라는 단어를 '요즘의 음악'으로 편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보아의 음악을 최신가요라고 하지 현대음악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은 분명하니까. 그럼 대중은 현대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현대음악이란? 기괴한 소리에 낮선 선율, 절대 듣기 편할 수 없는 화음들. 그리고 가끔은 피아노 뚜껑 꽝 닫고 한참 있다가 정중히 인사하며 관객의 박수를 받으려 하는 이상한 행동들. 하지만 "저게 뭐냐, 저런 게 음악이면 나도 만들겠다"라고 외친다면 클래식 음악계에서 매장되거나 당신의 지적수준을 공개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왜 기분 좋게, 편하고 아름답게 즐길 수는 없을까. 음악이 너무나 발전해버려서 일반인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 것일까?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관객을 교육해야 할까? 이것이 현대음악의 딜레마이다. 이 모두가 ‘역사는 시간이 지나면 언제나 발전한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현실이다.

옛날옛적 바흐는 대위법을 완성시키며 당대 최고의 테크닉을 동원해 음악을 만들었다. 다음 세대인 천재 모차르트가 바흐보다 더 위대한 음악들을 만들었냐 하면, 그건 아니다.

모차르트는 바흐의 장기였던 푸가를 절대 더 잘 만들지 못했다. 그가 사용한 것은 새로운 스타일이었다. 바흐 선배가 발견한 위대한 기법들을 계승만 하지 않고 고전파 양식이라는 것을 개척한 것이다. 이처럼 계속해서 개척, 또 개척을 하다 보니 20세기의 쇤베르크 아저씨는 결국 12음기법까지 만들어냈다. 그 이후가 문제였다.

현대의 작곡가들은 뭔가 새로운 걸 또 만들어야 하는 콤플렉스에 빠진 것이다. 12음기법도 이젠 한물 갔고, 그렇게 작곡하면 시대에 뒤떨어질 것만 같고…. 에디슨이 모든 걸 발명했는데 우린 도대체 뭘 하란 말인가.

그들은 개척과 발전을 혼동하고 있다. 음대 작곡과 졸업시험은 대부분이 현대음악 작곡이다. 듣기 쉬운 음악을 쓰면 졸업이 안 될지도 모른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의 1%만큼도 작곡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12음기법이나 더 새로운 걸 만들라고 강요한다.

대위법이 등장하자 그 시대의 작곡가들은 과거의 음악과 새로운 기법을 모두 동원해 엄청난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그것이 언제나 앞선 것들보다 위대하지는 못했다. 다양한 화음과 작곡 테크닉이 쏟아져 나온 오늘날, 그것을 모두 활용하는 대가는 많지 않다. "난 현대에 살고 있는 작곡가이니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해" 라는 생각은 어쩌면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친 것일지도 모른다.

무조건 새로운 것만 찾으며 관객과 동떨어진 작품을 쓰는 사람들 중에는 가끔, 그것도 아주 가끔은 과거의 기법과 새로운 기법을 모두 동원해 능수능란하게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거장이 나오긴 할 것이다. 그 백만분의 일이 후세에 ‘클래식’이라고 인정 받을 것이다.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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