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어제 천정배 법무장관의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 지휘 파동에 대해 “국가 정체성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구국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를 “유신독재의 망령”,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수구 보수세력들의 색깔론 총궐기”라고 비난했다. 천 장관의 검찰 지휘 문제가 체제 논쟁과 인신공격으로 비화하는 것이다.
한 대학 교수의 일탈된 역사의식을 두고 국가 체제문제로 사태가 확대되는 것이 온당한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그러나 논쟁이 이렇게 번져 여야가 정면으로 따져 보겠다는 태세라면 이젠 구태여 말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지도 모른다.
지난 2년 반 사이 같은 논쟁으로 온 나라가 들썩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며 이로 인해 국민이 입은 분열과 대립의 상처는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사태의 본질과 책임의 선후를 가릴 필요는 더 커졌다.
청와대나 문 의장은 한나라당이 국론 분열을 조장한다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검찰권 독립에 대한 정치 개입이라는 논란을 되짚어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색깔론을 거론하기에 앞서 법무장관의 검찰지휘가 정치 문제화 했다는 사실부터 말하는 것이 순서이다.
이미 지적한 대로 강 교수 수사에 대한 법무장관의 지휘권 행사는 부적절하며 검찰독립 훼손우려를 해소할 정치적 책임이 법무장관에게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연장 선상에서 청와대가 사표를 낸 검찰 총장을 비난하고 선출된 권력의 검찰통제를 주장해 법무장관을 정당화한 것도 이해 받기 어렵다.
정체성 논쟁이 극한 대립과 소모적 갈등으로 국민을 피로하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 박 대표는 대통령의 정체성에 의문을 던졌고 청와대는 “역사의 시계추를 유신독재로 되돌리자는 것인가”라고 엇갈리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알아야 할 것은 사태의 책임을 되새기는 데 순리가 있다는 점이다. 야당이 제기하는 질문들이 진정 색깔론의 망령이고 잘못된 정치공세라면 국민에게 널리 증명해 해소하는 방식을 내놓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