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8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유신독재 망령’으로 비유하며 거칠게 역공을 가했다. “이런 공격은 전례가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청와대는 격한 표현을 써가며 박 대표와 한나라당을 공격했다. 정체성 논쟁에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자세였다.
청와대는 ‘박 대표 회견에 대한 입장’을 통해 “역사의 심판을 받은 유신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 21세기 대한민국의 한복판을 활보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당혹스러움을 느낀다”며 포문을 열었다.
청와대는 또 한나라당을 냉전독재 수구세력으로 몰아붙였다. 김만수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원하는 것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반공의 이름 아래 인권 유린을 서슴지 않았던 냉전독재체제 아니냐”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1975년 간첩으로 몰린 8명의 지식인이 대법원 판결 20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대표적 인권유린 사례인 인혁당 사건을 적시, 박 대표와 한나라당을 그 상속자로 연결지었다.
김 대변인은 또 “과거 독재정권은 중앙정보부, 안기부를 앞세워 공안 사건에 대한 검찰의 구형량은 물론 법원의 선고 형량까지 지시했다”고 공박했다.
한나라당 세력의 집권시절에는 권력이 막후에서 수사지휘와 판결을 사실상 결정했다는 주장이었다. 박 대표의 회견에 대해서는 “재선거에 활용하려는 정략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반시대적, 반민주적 포퓰리즘 선동”이라고 비난했다.
청와대의 강경 대응은 이날 오전 이병완 비서실장이 주재한 정무점검회의에서 결정됐다. 회의에서는 “한나라당이 자유민주주의와 검찰 중립을 외치는 것은 소가 웃을 일” “한나라당이 색깔론에 올인하고 있다” “박 대표 연설은 유신시대 구국봉사대를 연상시킨다”는 초강경 발언들이 쏟아졌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도 이날 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이 엉뚱한 색깔 트집을 잡아 대규모 장외투쟁을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한나라당은 스스로 국민분열 정당임을 밝힌 것”이라고 꼬집었다.
청와대와 우리당의 격한 대응은 정체성 공방국면에서 밀릴 경우 집권 후반기 권력누수를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최상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격렬한 대결을 통해 진보적, 개혁적 성향의 지지층을 결집하자는 계산도 한 것 같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야당에 연정론을 제의해놓고 극단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너무 편의적이라는 내부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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