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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이즈미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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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이즈미의 한계

입력
2005.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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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읽는 눈과 대중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재능이 있다. 한번 옳다고 생각하면 물러서지 않는 신념과 사적인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청렴성도 갖추고 있다. 한때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로부터 이런 인상을 받았다. 정말 큰 일을 해내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어렴풋이 일었다.

하지만 17일 오전 고이즈미 총리는 자신의 그릇의 크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돌아서는 그를 향해 참배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치켜든 고이즈미 총리는 유난히 큰 보폭으로 씩씩하게 걸어나갔다.

“결국은 이정도 인물이었구나.” 그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밀려들었다. 그것은 이번에 정치인 고이즈미 총리가 커다란 기회를 맞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현재 그가 갖고 있는 정치적 자산은 막대하다. 일본에서 의석 70%가 넘는 거대 여당을 1인체제로 이끌고, 이토록 열광적 지지를 받는 총리는 좀처럼 나오기 힘들다.

위대한 정치가들은 이런 절정기에 국민에게도 결단을 요구하는 대전환을 이뤄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총리님, 고맙습니다”라는 참배객과 유족단체의 환호에만 취해 있다. 아시아인의 박수를 받을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은 알지도 못하는 듯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국경을 넘어 존경 받는 지도자 반열에 오를 수도 있었다. “한국이나 중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라고 일본 국민을 설득할 힘이 있는 정치인은 지금의 고이즈미 총리 외에 찾아보기 힘들다. 어느 때보다도 협력의 리더십이 필요한 아시아의 상황에서도 이번 참배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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