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빈 검찰총장은 주말 동안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했다. 불교신자인 김 총장은 14일 사표 제출 직후 평소 가족들과 함께 찾던 강원도 산사(山寺)를 방문,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각에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다음날인 15일 아침 운동을 마친 뒤 오전 11시께 절에 가겠다며 다시 집을 나섰고, 16일에는 온종일 자택에 머물렀다. 외부에서 찾아 온 사람은 없었다.
이에 앞서 김 총장은 15일 외출하기 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가 내려온 순간 사퇴 결심을 했다”며 “간부들의 만류가 없었다면 13일 아침 바로 사직서를 제출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강정구 교수 사건 처리문제는 천 장관과 오래 전부터 협의했으나 결국 조율에 실패했다”면서 “내부적으로 총장이 일 처리를 잘못해 수사지휘가 내려온 것 아니냐는 오해도 있을 수 있으나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면서 일선의 의견을 지키려고 마지막까지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
김 총장은 심경을 묻는 질문에 “홀가분하다”고 말한 뒤 “총장이 사퇴함으로써 모든 책임을 진 것이니 일선(검찰)에서는 동요해서도 안되고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김 총장이 사표를 내기 직전까지도 간부들의 만류가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장은 14일 오후 4시 40분께 비서관을 통해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토록 지시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한 검찰 고위간부가 법무부로 향하던 비서관을 호출, “당장 돌아오라”고 호통친 뒤 참모들과 함께 김 총장에게 찾아가 사의 철회를 강하게 압박했다.
5시10분 참모들과 협의한 대로 ‘지휘 수용’ 의사만 포함된 발표문이 홍보담당관을 통해 발표됐으나, 김 총장은 발표 직전 퇴근하면서 다시 비서관에게 사표 제출을 지시해 참모들이 모르는 사이에 사표가 법무부에 전달됐다.
김 총장의 퇴임식은 17일 오후 3시 열릴 예정이다. 김 총장은 퇴임식에 앞서 이용훈 대법원장과 천 장관을 방문할 예정이지만 천 장관이 오전부터 국무회의 등에 참석하기로 돼 있어 천 장관과의 회동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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