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허리케인 ‘미치’는 중앙 아메리카 지역에 사흘 동안 총 1,820mm의 비를 퍼부었다. 이후 말라리아, 댕기열, 콜레라 등의 발생이 급격히 늘어났다. 2003년 유럽에서 발생한 혹서는 수 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곡물을 시들게 했으며 산불을 일으켜 숲을 태웠다. 이 혹서는 그 강도와 기간, 범위에 있어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이 같은 이상 현상은 모든 생물학적 시스템과 대륙들이 상호 반응하면서 기후에 거대하고 연속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01년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인간이 삼림 파괴 또는 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용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결론 지었다.
우리는 이 같은 이상 기후가 계속될 경우 인간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묘하고 점진적인 기후 변화도 인간 건강에 피해를 줄 있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천식 발생 빈도는 기후 변화와 부분적으로 연관돼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는 꽃가루 및 토양의 균류 증가와도 관련돼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일반적인 경우의 2배인 환경에서 두드러기쑥은 줄기가 평균 높이보다 10%나 높이 자라고, 60%나 많은 꽃가루를 생산한다. 증가한 이산화탄소는 균류의 성장도 촉진시킨다.
포식자와 경쟁자, 그리고 먹이 간의 균형을 통해 해충과 병원균을 견제해 온 생물다양성에 일어난 지난 30년 간의 변화는 전염성이 강한 질병의 부활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후는 이 같은 전염병의 확산을 돕고 있다. 기후는 미생물과 병원균을 매개하는 곤충의 서식 범위를 제한하고, 날씨는 질병의 발생 시기와 강도에 영향을 미친다.
주요 질병 매개체 중 하나인 진드기는 스웨덴에서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자 북쪽으로 서식지를 옮겨가고 있다. 인간의 야생 지역 침범과 사슴을 주 먹이로 하는 육식동물 수의 감소, 쥐의 먹이 경쟁자 감소 등은 최근 빈발하고 있는 라임병(발진·발열·관절통·만성 피로감 등을 보이는 감염성 질환)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수많은 질병의 매개체인 모기는 기후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온난화는 모기의 번식력과 먹이 수를 늘려 주고, 그들이 퍼뜨리는 미생물의 성장 기간을 짧게 한다. 고산 지대에서는 영구동토층이 해동되자 모기떼와 식물군이 더 높은 곳으로 옮겨가고 있다. 갈수록 증가하는 이상 기후는 미국에서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과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의 증가를 가져왔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우리는 기후 변화에 따른 생물학적 반응의 정도를 과소평가하고 있는지 모른다. 기후를 질병과 연관시켜 다루려면 준비가 필요하며, 급격한 날씨 변동을 예측할 수 있는 조기 경보 시스템은 사망자를 줄이고 질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방지책은 역시 화석연료의 추출, 이동, 정제, 연소를 멈추는 것이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우리가 여전히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에 따른 경제적인 혜택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정적인 이점이 충분할 때 재활용 가능한 에너지, 고효율 에너지, 하이브리드 기술 등은 21세기를 위한 하나의 성장 엔진을 형성할 수 있다.
폴 엡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의대 건강과 지구환경 센터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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