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른바 ‘리크 게이트’에 대한 특별검사의 조사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정권 핵심인사가 망라된 태스크포스로 알려진 ‘백악관 이라크그룹(White House Iraq GroupㆍWHIG)’의 실체가 드러날 지 주목된다.
미국의 칼럼니스트인 프랭크 리치는 16일자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CIA 비밀공작원 신분 누설에 연루된 칼 로브 대통령 비서실 차장과 루이스 리비 부통령 비서실장이 모두 WHIG의 멤버이며, 여기에는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실세들이 참여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조지 W 부시 정권은 조직적, 의도적으로 이라크 전쟁을 시작하기 위한 정보조작을 벌였다는 뜻이 된다.
모두 8명의 백악관 인사들로 구성된 WHIG가 본격적 첫 회합을 가진 때는 이라크를 침공하기 7개월전인 2002년 8월초라고 한다. 소집책을 맡은 앤드류 카드 대통령비서실장은 물론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 라이스의 후임으로 안보보좌관이 된 스티븐 해들리 전부보좌관이 줄곧 참여했다.
홍보 및 대언론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두 여걸, 카렌 휴즈 전 홍보고문(현 미 국무부 대외홍보담당 차관)과 메리 매틀린 전 대통령 보좌관겸 부통령 홍보고문도 포함됐다.
여기에 로브 당시 대통령 정치고문과 리비 부통령 비서실장이 당연히 끼었고 딕 체니 부통령이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다. 2002년 12월 사임한 매틀린 전 보좌관을 제외한 모든 WHIG멤버가 현직을 차지하고 있다. 비밀회합의 내용이 일부라도 밝혀질 경우, 그 파장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한 영국 관리의 폭로에 따르면 WHIG의 첫 회합이 열리기 1~2주전 미국은 이미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보와 사실’에 근거해 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믿었다.
카드 비서실장은 2002년 9월6일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전쟁 세일즈’를 시작했고 9월8일 라이스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은 TV토크쇼에서 “(우리가 확보한) 결정적 증거가 핵폭발의 버섯구름으로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체니 부통령은 이라크의 핵무기 제조용 알루미늄 튜브 구입설을 증거로 내세웠고 급기야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가 니제르로부터 우라늄을 사들이려 했다고 말하면서 전쟁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됐다.
‘리크 게이트’가 WHIG에 끈이 닿아 있는 것은 니제르 현지를 다녀 온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대사가 부시 대통령 주장의 근거 없음을 폭로했고 이에 맞서 WHIG측이 ‘공모’해서 윌슨 전 대사의 부인 발레리 프레임의 CIA 공작원 신분을 누설했다는 혐의가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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