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빈 검찰총장의 14일 사표 제출 과정에는 이번 사태로 인한 고민과 그의 평소 성향, 총장으로서의 상황 등이 그대로 묻어난다.
그는 이날 오후 5시10분께 강찬우 대검 홍보담당관을 통해 입장을 발표할 당시까지만 해도 “(거취 문제로) 매우 힘들어 하고 있다”는 심경만을 밝혔다. 고민은 되지만 당장 사퇴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비쳤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0분께 발표문 문구를 최종 수정할 때도 김 총장은 “거취 문제는 언급 안 하시느냐”는 실무자의 질문에 “힘들어 한다고만 구두로 전해라”고 지시했다. 오전 오후 내내 대검 참모진의 의견은 “사퇴는 부적절하다”는 게 주류였고, 참모진들은 저녁에 검찰의 입장이 공식 발표된 이후에도 총장의 사표 제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총장은 공식 입장발표가 있기 전인 오후 4시45분께 대검 청사를 떠나며 비서진을 통해 법무부에 사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임채진 검찰국장이 “퇴근 무렵(오후 6시) 사표를 전달 받았다”고 밝힌 것도 총장이 이미 한 시간 가량 전에 사표를 작성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정황으로 미뤄 검찰 내부에서는 김 총장이 사표 제출을 만류하는 참모진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일견 이를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한편으론 일찌감치 사의를 굳히고 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 총장은 전임 송광수 총장과 달리, ‘강단이 없다’ ‘유약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신중한 처신을 보여왔다. 하지만 취임 직후부터 ‘무소불위의 검찰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권의 거센 압박에도 불구하고 형사소송법 개정, 검ㆍ경 수사권 조정 등 어려운 현안을 잘 헤쳐 왔다는 평가도 많다. 그의 이러한 ‘내유외강’ 성향이 이번에 ‘남몰래’ 사표를 제출한 배경으로 거론된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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