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표 제출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대응했다. 검찰 외부의 시각으로는 어쩌면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사법처리를 하지 말라는 지시도 아니고, 단지 구속이냐 불구속이냐는 문제에 대해 검찰이 이 같이 대응하는 것이 ‘과잉’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의 시각과 논리는 다르다. 천 장관의 지휘 내용보다는 오히려 검찰사상 처음으로 지휘권을 발동한 자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검찰 내 강경파들은 천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검찰청법(8조)에 근거를 두고 있어 위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기 때문에 거부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8조는 검찰이 사건을 부당하게 처리할 경우 제한적으로 발동할 수 있는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입법 취지에 맞다는 것이다. 특정 피의자를 구속 불구속하는 것에까지 장관이 개입하는 것은 심히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들은 천 장관의 지휘를 거부하도록 김 총장을 압박했다.
하지만 김 총장 등 검찰 수뇌부와 온건파들은 지휘권 발동이 위법하지 않은 이상 정면으로 지휘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검찰이 스스로 ‘위법’을 저지르는 것으로 봤다. 따라서 ‘악법도 법’이라는 논리로 지휘 자체는 수용했지만 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지휘권 재발동을 막기 위한 강한 경고를 던졌다.
이번 사건으로 검찰청법 8조에 대한 보완 요구가 검찰 안팎에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행정부의 일부인 만큼 장관의 전반적인 조직 장악을 위해 지휘권 조항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지휘권 발동 사유와 부당한 지휘를 검찰총장이 거부할 수 있도록 명시하는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