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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동잎과 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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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동잎과 저출산

입력
2005.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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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구가 4,000만명을 공식 돌파한 것은 1983년 7월29일이다. 이날 밤 10시51분28초 태어난 아기가 정부통계상으로 4,000만번째 국민으로 공인받은 것이다. 그러나 아기가 주위의 축복을 받은 것과 달리 정부는 이날부터 ‘인구폭발 방지 범국민 캠페인’을 벌여 무려 200만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는 협박성 표어로 61년 출범했던 가족계획협회(현 가족보건복지협회)가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표어를 새로 내건 것도 이 때다.

▦인구문제를 얘기할 때 1983년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줄곧 하락하던 합계출산율(가임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이 2.08명을 기록해 대체출산율(현재 인구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출산율)인 2.1명 밑으로 떨어진 해여서다. 하지만 당시 이런 개념과 인구 추세에 무지했던 정부는 산아제한 정책을 더욱 밀어붙였다.

불임시술 영세민에게 특별생계비와 분만급여비를 지원하는 당근과, 셋째 자녀부터는 의료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채찍도 곁들였다. 정관수술을 받으면 예비군훈련시간을 감해주는 추억도 있었다.

▦그로부터 20여년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국가 재생산 능력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등 저출산의 재앙에 대한 국내외의 경고로 가득 차 있다. 오동잎이 떨어지는데도 가을이 온줄 몰랐던 위정자들이 초래한 재난이다. 지난 해 1.16명으로 추락한 출산률의 건너편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고령화가 있다.

2050년대엔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가장 늙은 나라가 될 것이라는 UN보고서를 보면, 가족협회가 올 봄 주창한 ‘결혼 후 1년 이내에 임신을 해서 2명의 자녀를 30세 이전에 낳아 잘 기르자’는 소위 ‘1ㆍ2ㆍ3 운동’은 오히려 애교스럽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배제한 성장 담론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부양 부담을 둘러싼 세대갈등이 가족파괴로 연결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그래서 당정은 최근 3자녀 무주택자에 국민임대주택 우선 배정, 불임부부의 시험관아기 시술비용 절반 부담, 민간 영ㆍ유아 보육시설 개선, 육아휴직기간 확대, 출산휴가 급여 정부부담 등의 저출산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13조원에 달하는 재원에 대해선 말이 없다. 목적세 신설 운운했다가 뭇매를 맞고 거둬들였다. 매사 이런 식이고 보면 엊그제 유엔인구기금이 전망한 올해 한국의 합계출산율(1.22명)은 너무 후하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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