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대학의 자율성은 허울조차 남아있지 않다. 참담한 현실이다.”
2008학년도 입시안의 본고사 논란 등으로 정부 및 정치권과 대립해 온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또 다시 정부의 교육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총장은 14일 열린 서울대 제59주년 개교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자율성은 대학 존립의 으뜸 원칙인데도 창의적 인재를 선발하고자 하는 대학인의 노력을 정책으로 묶고 있다”며 “대학의 자율성은 허울조차 남아 있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서울대 입시안 논란을 염두에 둔 듯 “지식의 단순 암기능력이 아니라 통합적인 사고능력을 측정하고자 하는 시도에 대해서도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된다는 지침을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참담한 현실이다”라고 개탄했다.
정 총장은 “우리나라는 재정, 조직, 인사를 불문하고 대학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며 “우리 대학이 세계 일류의 지식을 창출하는 교육 및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다양성과 자율성 확보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는 생산적 경쟁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균등주의가 만연해 있다”고 비판하면서 “국가의 장래는 대학 교육의 수월성에 달려있고, 다양한 구성원이 자율적 책임으로 수월성을 추구할 때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서울대는 다양성 확보를 위해 입시제도를 고쳐 지역균형선발제를 도입했고 타교 및 타학과 출신의 채용 비율을 높였다”며 “또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 외국인 교수를 100여명까지 들여오는 등 지속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날 개교기념식에서는 이종욱(60)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정석규(76) 신양문화재단 이사장이 제15회 ‘자랑스런 서울대인’으로 선정돼 수상했으며, 황우석 수의학과 교수, 이면우 산업공학과 교수 등 장기근속 교수와 교직원 122명이 표창장을 받았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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