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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패밀리 - 3년 연상연하 조준·성후정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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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패밀리 - 3년 연상연하 조준·성후정씨 부부

입력
2005.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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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영계 한 명 소개 시켜줘.”

요즘 미혼 여자들이 소개팅 주선자에게 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매사에 적극적인 그들은 일과 사랑,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능력 있는 연하남은 이들의 우선 ‘작업’ 대상.

‘나를 좋아하는 남자’보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를 유혹하는 것도 이젠 당연해졌다. 사회적 성공을 우선시하고 성 역할에서 남녀 구분을 인정하지 않는 ‘콘트라 섹슈얼’이 뜨고 있는 사회적 현상과 일치한다. 자신을 표현하는데 당당한 여성들이 우리 사회의 트랜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04년 결혼 정보 회사 닥스 클럽이 실시한 조사 결과는 많은 것을 말해 준다. 전국의 미혼 여성 604명에게 결혼하고 싶은 배우자의 연령대에 대해 물었더니 49.3%가 ‘연하 남성과 결혼하고 싶다’고 답했다. ‘연상 남성과 결혼하고 싶다’는 의견은 36.8%에 그쳤으며 ‘동갑 남성’은 13.9%였다.

연하 남편과의 이상적인 나이 차이는 2~3살이 49.3%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 1~2살 34.6%, 3~4살 13.4%, 4살 이상 3%였다. 연하 남성과 결혼하고 싶은 이유로는 ‘평등한 부부 관계를 원해서’가 40.6%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젊게 살수 있어서’(29.9%), ‘경제적 활동 기간이 길어서’(19.1%), ‘공감대가 쉽게 형성될 것 같아서’(6.4%) 등의 순이었다.

2004 통계청 조사에서도 실제 초혼 부부의 연령대 상황이 남성 연상이 73.4%(2000년 76.5%), 동갑 14.7%(2000년 12.8%), 여성 연상이 11.9%(2000년 10.7%)로 나타나 여성 연상 커플의 증가 추세를 반영했다.

결혼 3년차 된 여성 연상 커플, 조준(32ㆍ㈜바이널 커뮤니케이션 사업부 개발 그룹 실장)-성후정(35ㆍ덴츠 코리아 기획5팀 차장)씨가 사는 풍경이 궁금하다.

“서로의 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요. 최고의 파트너쉽이라고나 할까요?” 이들 맞벌이 부부는 사랑해서 죽고 못 사는 닭살 커플과는 거리가 있을지 모른다. 대신, 그들에게는 서로를 존중하고 후원해 주는 동성 친구 커플과 같은 연대감이 있다.

‘디자인 중심’이라는 광고 회사에서 직장 동료로 만난 이들은 처음엔 술 친구였다. 모두 애주가인 이들은 술 모임에는 빠지지 않고 서로 챙겨주는 사이가 됐다. “집 방향이 같아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어요. 1년 정도는 그냥 술 친구로 지냈지요. 신랑은 평소에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인데 은근히 재미있는 스타일이에요. 처음에는 그냥 동생처럼 귀여워서 제가 많이 예뻐했지요.”

부인 성후정씨가 까르르 웃으며 말하자 남편 조씨도 피식 웃고 만다. 장녀인 성씨는 1남2녀 가운데 막내였던 남편 조씨의 막내스러움에 매력을 느꼈고 슬슬 ‘작업’에 들어갔다.

직장 동료로 선을 그었던 조씨는 차츰 그의 계획에 말려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만남을 이어 오던 이들은 연애 3년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양가의 반대도 없는, 순탄대로였다.

연하 남편이기 때문에 좋은 점이 있을 것 같았다. “글쎄요. 나도 같이 젊어지는 느낌? 유행에도 또래 친구들보다 민감한 것 같고, 아무래도 남편이 젊으니까 더 어려보이고 싶은 욕망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지요. 어쨌든 젊어진다는 것을 좋은 것 아닌가요?”

남편 조씨도 맞받아친다. “아내가 사회 생활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저보다 경험이 풍부하다 보니, 업무에 대한 조언을 종종 해 주죠. 무엇보다, 일에 관한 한 이해하는 폭이 넓어요.”

이들은 남들처럼 서로 늦게 들어온다고, 술을 마신다고 싸운 적은 없다. 각자의 생활을 확실히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안 싸우는 건 아니다. 남편 조씨의 퉁명스러운 말투나 아내 성씨의 덜렁거리는 성격 때문에 여느 부부처럼 다투기도 한다. 그러나 말 안하고는 못 베기는 부인 덕에 이 싸움도 오래가진 못 한다고 한다.

“가끔은 다 잊고 아무 생각 없이 남편한테 기대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글쎄요, 늘 제가 모든 일에 주도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혹시 남편이 연상이었다면 훌훌 털고 푹 기댈 수 있지 않았을 까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있지요.” 성씨는 조심스럽게 말하며 슬쩍 남편 눈치를 봤다. 남편 조씨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본인도 연상의 부인이기 때문에 가져야 했던 고민을 털어놓았다.

“사실 전 아기를 천천히 갖고 싶었어요. 그런데 부인이 나이가 있다 보니 빨리 낳아야 했죠.” 모두 좋을 수만은 없는 법인 모양이다.

가사일은 공평하게 나눈다. 1살 된 딸아이 채은이도 같이 돌보고 남편 조씨는 청소와 빨래 담당, 요리는 성씨의 몫이다.

“가사 분담은 평등한 편이예요. 워낙 양가 집안 분위기도 가부장적인 스타일이 아니라서 서로 많이 돕지요. 둘 다 일을 하니까 집안 일에 서로 협조적이지 않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요.”

한 달에 한 두 번씩은 딸아이를 데리고 강원 대관령이나 제주도, 전남 해남 등으로 여행을 떠나 스트레스를 풀고 돌아온다는 이들. 신세대들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하루에 수 십번씩 하진 않지만, 서로를 믿고 응원하는 든든한 동반자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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