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한국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수는 증가하는 추세이나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보쿰대학과 본대학을 제외한 다른 대학에서는 이미 한국학과가 폐쇄되었거나 곧 폐쇄될 예정입니다.
두 대학도 빈약한 대학 예산으로 강사를 임용하지 않아 가르칠 교원이 부족한 상태입니다.”(알브레히트 후베 본대학 한국어번역연구소장) “한국학은 한정된 프로그램, 대학 정책 입안자와 학생들의 관심 부족, 턱없이 부족한 재정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데니스 하트 미국 켄트대학 교수)
해외 한국학이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17~19일 경기 성남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37개국 76명의 한국학자가 참여하는 ‘2005 세계한국학자대회’가 열린다. 한국학 대회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지역별 한국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국학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는 드물었다.
이번 대회는 특히 국내 한국학 연구 중심 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해외 한국학 지원의 주축인 한국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해 눈길을 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진단하는 해외의 한국학 현황은 참담할 정도다. 영국의 더램, 뉴캐슬, 독일의 훔볼트, 튀빙겐대학 등 유럽에서는 한국학 강좌가 계속해서 폐지되거나 폐지될 예정이다.
1941년 개설된 미국 워싱턴대학의 한국학 프로그램도 최근 없어질 위기에 놓였다가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의 10배에 이르는 국제교류기금을 활용해 전방위로 일본학을 지원하고, 원래 강세였던 중국학은 개혁ㆍ개방 이후 재력가나 기업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더 탄력을 받는 상황과 정반대다.
아시아 지역은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어,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학과의 개설이나 확장 등으로 발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미주, 유럽과 중동으로 나눠 ‘지역별 한국학 현황 및 발전 전략과 해외 한국학학회의 발전 방안’ ‘한국학 지원기관의 정책 평가 및 개선 방안’ ‘해외 한국학 교과과정 및 교재 개발’ 등 회의가 진행된다.
이 자리에서 인터넷을 적극 활용한 대학생 대상의 ‘E-플라자’라는 새로운 한국학 교수법 등 한국학 발전을 위한 제언이 쏟아질 예정이다.
또 국립중앙박물관, 학술진흥재단, 연세대 국학연구원,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계명대 한국학연구소,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 등 31개 정부 기관 및 각 대학 한국학 연구기관들이 참여하는 ‘한국학 및 한국문화교류기관 사업설명회’도 국내외 한국학 사업 네트워크 구축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가 침체일로인 해외 한국학의 위기를 돌파할 해법을 마련하는 자리라고 할 수는 없다.
해외 한국학 교육이나 사업을 활성화하려는 노력과 열의가 아무리 넘친다 해도 지금보다 훨씬 전폭적인 정부와 기업의 지원 없이는 허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드워드 슐츠 미국 하와이대 아시아연구소 교수의 지적대로 그 지원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책임감 있게 수행되어야 한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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