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볼 때 조류독감이 사람 간에 전파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정치ㆍ경제ㆍ사회적 파급 효과가 너무나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14일 서울대 제59주년 개교 기념식에 참석, 제15회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을 받기 위해 귀국한 이 총장은 13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조류독감은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지난 번 사스 파동으로 전세계에서 700명이 사망했으며 경제적인 피해만도 300억달러나 됐다”며 “그러나 이번 조류독감은 아무리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수 백만명이 걸리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겨울이 오면 계절적 독감이 유행할 것이고, 이 독감이 조류독감과 결합되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계절적 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백신을 맞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1918년 발생한 스페인독감과 상당히 비슷한 것으로 굉장히 불안정하고 독성이 강하다”며 “WHO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지만 가볍게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군데 뚫리면 어디든지 다 퍼지게 되는 만큼 ‘우리는 잘하니 괜찮다’고 할 수 없다”면서 국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장은 조류독감 백신 부족 사태와 관련, “백신약은 스위스 로슈사가 개발한 타미플루가 유일한데 생산량이 각국에서 주문하는 양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무허가 복제된 카피약을 만드는 데도 2~3년이 걸린다”며 “WHO는 백신을 갖고 있지 않는 나라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 백신을 가진 나라의 비축물량을 사용할 수 있는 국제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7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하고 있는데 대해 “맨손인 나라도 많은데 그 정도라도 있는 게 굉장한 것”이라며 “몇 년 전 우리나라에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 철저한 방역을 통해 없앴는데 이번에도 잘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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