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법무부장관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도록 검찰총장에게 요구한 것은 여러모로 적절치 않다. 6ㆍ25는 북한의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한 강 교수를 구속 수사해야 마땅해서가 아니다.
구속수사를 굳이 가로막은 명분이 별로 설득력이 없고, 법률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앞선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검찰 독립을 해칠 수 있는 유례없는 조치의 불가피성을 선뜻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강 교수의 구속 여부는 그가 관련된 국가보안법위반 사건과 사회적 논란의 본질은 아니라고 본다. 구속 자체를 사법적 제재로 여기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구속 또는 불구속이 그의 행위에 대한 사법적 평가를 좌우할 수는 없다.
따라서 헌법정신에 기초한 불구속수사 원칙은 늘 존중해야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도 구체적 범죄혐의의 중대성과 구속사유 충족여부는 검찰과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법무장관의 조치가 부적절한 것은 유독 강 교수 사건에서 이런 순리와 관행을 무시할만한 절실한 사정이 없기 때문이다. 지휘서신까지 쓰면서 내세운 명분이 너무 원론적이어서 오히려 설득력이 낮다. 이 때문에 국보법 폐지명분을 부각시키고 진보세력의 지지를 모으려는 정치적 고려에서 검찰권 간섭을 무릅쓴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이처럼 이번 조치는 순수한 사법적 고려를 벗어나 과장되게 취한 흔적이 짙다. 따라서 애초 본질이 아닌 문제에 매달리는 것은 사회적 논란을 빗나가게 할 뿐이다. 검찰부터 흔들림 없이 엄정한 수사로 본분을 다하기 바란다.
정치세력과 사회도 사건의 의미를 지레 과장할게 아니라, 차분하게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념과 체제 등이 관련된 논쟁에서 딱 부러지는 입장과 논리는 열린 사회의 민주주의를 오히려 위협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