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비리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박용성 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 6~7명에 대한 소환으로 접어들어 무더기 사법처리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총수 일가 중 혐의가 무거운 1~2명은 구속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손기호 부장검사)는 12일 두산의 위장계열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동현엔지니어링으로부터 비자금 20억여원을 전달받은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박용성 회장의 장남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를 소환했다.
검찰은 박진원씨를 상대로 박용성 회장의 비자금 조성지시가 있었는지와 비자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도 조만간 소환해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다음 주중 일괄적으로 사법처리 방침을 정할 예정이며, 필요하면 구속할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수 일가에 대한 1차 소환조사를 마친 후 비리혐의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는 1~2명을 구속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검찰은 구속이나 불구속 등 수위조절만 문제될 뿐 총수 일가 사법처리 자체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자신감을 비치고 있다. 검찰은 진정서 내용 중 박용성 회장이 일경개발의 분식회계를 ㈜두산기업 회계조작을 통해 은폐하고, 박용만 회장이 엔세이퍼 투자금 손해액을 두산그룹 계열사의 돈으로 갚은 배임 혐의도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다만 위장계열사를 통해 조성된 비자금의 경우 대부분 현금이어서 검찰이 사용처를 낱낱이 밝히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용성 회장의 막내동생인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도 최근 소환 조사에서 ㈜넵스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 수십억원을 “불교단체에 기부했다”고 진술한 바 있어 검찰이 신빙성 여부를 확인 중이다.
한편 검찰은 사건 진정인인 박용오 전 회장에 대해서도 두산산업개발 분식회계 등에 관여한 혐의를 포착해 사법처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두산그룹의 ‘왕자의 난’은 모두가 패자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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