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중섭, 박수근 화백의 작품 58점을 위작으로 판정한 가운데 1994년 안견(安堅)의 작품이 맞는 지, 아닌 지를 놓고 논란을 빚었던 ‘청산백운도’(靑山白雲圖)가 10여년 만에 또 다시 진위 논쟁에 휩싸였다.
시공아트는 일제시대 미술품 매매기관인 경성미술구락부의 경매도록을 모아 최근 ‘경매된 서화’라는 단행본을 냈다. 이 책에서 편저자 황정수씨는 “94년 당시 일부 고미술계 인사들이 안견의 작품이라고 주장한 청산백운도는 원나라 조맹부의 ‘설색고사환금도’(設色高士喚琴圖)에 안견의 가짜 도장과 글씨를 넣은 것으로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황씨는 두 그림이 배치, 먹의 농담, 채색부분 등에서 일치하며 1936년 경매 후 누군가가 그림에 안견의 호인 주경(朱耕)을 삽입하고 낙관을 찍어 청산백운도로 둔갑시켰다고 지적했다.
94년 당시 위작 임을 강력히 주장했던 안휘준 서울대 교수는 “청산백운도가 뒤늦게나마 위작이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밝혀져 다행”이라면서 “그림 속 산수나 인물 모두 중국 작품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을 뿐더러, 글씨체도 안평대군, 신숙주 등이 쓴 15세기 조선의 양식과 다르고 그 격도 너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그림이 진작이라는 주장을 폈던 재야 미술사학자 이건환씨는 ▦두 그림의 크기가 다르고 ▦조맹부의 작품을 26점이나 갖고 있던 안평대군이 안견으로 하여금 자신의 소장품을 흉내내 그리게 했던 점 등을 들어 청산백운도는 안견의 그림이 맞다고 반박했다. 청산백운도 소장자인 이원기씨도 “그림에 남아 있는 글씨와 낙관은 안견의 것이 틀림없다”며 진품 임을 거듭 강조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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