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이 지나친 애국심을 지양하고, 조금 냉정해졌으면 좋겠다." 이런 말을 들으면 일순 무안해진다. 지난 8월 한국 경영인들이 마련한 포럼에서 나온 제안이다.
화자는 일본 아사히신문의 와카미야 요시부미 주간이다. ‘독도를 한국에 양보해 우정의 섬으로 하자’는 칼럼도 쓴 적이 있고, 한국에서 유학도 한 ‘지한파’이니 더욱 그러하다. 그는 일본에서 독도 문제가 불거진 것은 정치적인 면보다는, 과거 자유롭게 조업하던 어민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어난 것이라고 보았다.
▦ 또 일본에서는 독도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대단히 적은데, 한국에서는 일본이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거나 독도를 되찾으려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한일 양국을 부부관계로까지 비유한 그의 충정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이에 화답하듯이, 최근 ‘지일파’ 박유하 세종대 교수는 ‘화해를 위해서’라는 책에서 독도를 양국 공동영역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모로코와 스페인은 분쟁 섬을 방치하기로 영유권 논란을 동결했고, 미국과 캐나다는 섬을 공동 개발하기로 한 예를 들었다.
▦ 이런 절충적 제안이 고려할 만큼 합당한 역사성을 지니는가에 대한 의문은 논외로 치더라도, 아니 그런 장막 뒤에서, 일본정치는 또 다시 위태로운 궤도를 달리고 있다. 자민당의 헌법개정 초안 전문에 독도 영유권을 명시하는 듯한 문구를 삽입한 것이다.
<일본국민은 아시아의 동쪽, 태평양과 일본해(동해)의 파도 일렁이는 아름다운 섬들에, 예부터 천황을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받들며…> 라는 문구가 비수처럼 칼끝을 내비치고 있다.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명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 문구는 또 한번의 극심한 갈등을 예고하는 것이다. 일본국민은>
▦ 최근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이 압승한 후 개헌논의가 달음박질 치기 시작했다. 애국심과 자위권, 독자적 역사 등을 대거 열거한 이 초안은 보수적 색체가 물씬하다.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의 역사관에는 일본인이 저지른 학대ㆍ고문ㆍ살해의 만행 등 불망의 흔적들이 많이 전시돼 있다. 일본에만 없다. 와카미야 주간은 우리 언론에 냉정을 당부하기 전에 그 곳들을 보았으면 좋겠다. 과거의 아픔과 상처, 미래의 불안이 어른거리고 있는 그 곳을 보면 우리가 ‘쿨’ 할 수 없는 이유를 알 것이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