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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고교생도 아는 사상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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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고교생도 아는 사상의 자유

입력
2005.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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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강정구 교수의 ‘통일전쟁론’이 커다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구속수사를 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보수적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장 잡아들이라고 정부와 여당을 몰아세우고 있다.

200년 전 자유민주주의 사상의 발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J.S. 밀(1806~1873)이 2005년 지금 한국에 환생해 ‘강정구 논란’을 지켜본다면, 뭐라고 할까? 아마 “한심한 일”이라며 안타까워할 것이다.

아니, 굳이 죽은 사람을 불러낼 것 없이 우리네 평범한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진단은 명확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사상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고, 국가가 나서서 처벌할 일은 아니라고.”

사실 강정구 사태가 발생하기 며칠 전 치러진 연세대 수시면접 질문 가운데 ‘사상의 자유’에 대한 문항이 있었다. J.S. 밀의 ‘자유론’중 사상의 자유에 관한 부분을 발췌해 읽게 하고, 학생들의 생각을 물었다.

발췌문은 J.S. 밀이 독자들에게 던진 질문이었는데, 요지는 다음과 같다. “어떤 사회에서 모든 사회 성원들이 동의하지 않는 생각을 하는 단 한 사람의 이단자가 있을 때, 그 불순한 생각을 가진 한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그 동의받지 못한 생각을 단죄해야 하는가?”

●강정구 교수 구속싸고 논란

이에 대해 출제 교수님들이 작성한 ‘모범 답안’은 네 가지 핵심내용으로 구성돼 있었다. 첫째, 아무리 불순하고 동의 받지 못하는 생각일지라도 자유민주주의하에서는 용인이 되어야 한다.

둘째,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는 이유는 국가가 침범할 수 없는 ‘인간 자유, 본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셋째, 사상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하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는데, 이는 불순한 사상 때문에 벌어지는 논쟁을 통해 그 사회의 다수가 지키고자 하는 사상과 이념이 더욱 굳건해질 수 있고, 비판을 통해 발전적으로 승화하는 계기도 된다는 것이다.

넷째, 또 다른 실용적인 이유는, 사상의 자유가 인정되지 않으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같이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하지만 인류 복지에 기여할 새로운 생각들조차 불순한 사상과 함께 억눌려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자유민주주의에서는 그 원리적인 측면에서나 실용적인 측면에서나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모범 답안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모든 학생들이 백이면 백, 논리 전개상 차이는 있었으나 모범 답안에 부합하는 답을 했다. 모두 학교에서 배운 대로 또 스스로 느끼고 깨달은 대로, 자유민주주의에서 사상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러할 때 자유민주주의가 더욱더 튼튼하게 성장한다는 얘기도 잊지 않았다. 어린 학생들의 건전하고 바른 생각에 마음 든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바로 며칠 후 강 교수 사태가 벌어졌다.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지 학교에서 배운 것과 한국사회의 현실은 이렇게도 다른가?

면접을 무사히 마친 우리 학생들은 과연 이 빗나간 현실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J.S. 밀만이 아니라 우리 평범한 고등학교 학생들도 그 정답을 알고 있는데, 이런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논쟁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자유야말로 강력한 반공

강 교수의 통일론이 맞고 틀리고는 학자들의 논쟁을 통해 가려지면 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강 교수의 불순한 생각을 감옥에 가두어 처벌하겠다고 한다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군사 독재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J.S. 밀은 ‘인간자유의 본래의 영역’으로 사상, 양심, 토론 및 출판의 자유를 그 첫 번째로 꼽았다.

J.S. 밀이 세상을 떠난 지도 150년이 다 돼간다. 이제 우리의 어린 학생들도 지킬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국가를 한반도에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게 가장 강력한 반공정책이 아닐까 한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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