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라는 도시는 거친 현실을 묘사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 디트로이트 마약수사대 이야기를 다룬 ‘나크’에서도, 래퍼 에미넴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8마일’에서도 디트로이트의 황량한 거리 풍경과 을씨년스러운 날씨는 영화에 묘한 현실감을 부여 한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였으나 계속된 실적 부진으로 해고 노동자가 난무하고 갈 곳 없는 그들은 내몰리듯 거리의 갱으로 추락하는 곳, ‘4 브라더스’가 배경으로 삼은 곳 역시 이런 디트로이트다.
우리로 치자면 ‘4 브라더스’는 좀 거친 버전의 추석특집 드라마라고나 할까? 이들 거친 형제들은 따뜻하게 불 켜진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대화하는 대신, 복수와 폭력을 통해 가족애를 확인한다.
둘은 흑인 둘은 백인, 이렇게 얼굴색이 다른 4형제는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억울하게 피살된 양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다. 이들은 미심쩍은 이유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 경찰을 대신해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서고 이 복수극을 통해 다시금 끈끈한 형제애를 회복하게 된다.
‘보이즈 앤 후드’ ‘패스트&퓨리어스’ 등에서 연출력을 인정 받은 존 싱글턴 감독은 ‘4 브라더스’에서 역시 시원한 액션을 선보인다. 지나친 비장함으로 포장돼 있어 과장된 느낌도 없지 않지만 영화의 종반부 어머니의 집을 무대로 갱단들과 벌이는 총격전이나, 눈으로 뒤덮인 도로를 배경으로 하는 추격 장면 등은 볼 만하다.
과연 누가 무슨 이유로 어머니를 죽였는지에 대해 풀어가는 스릴러적 요소도 적절히 버무려져 있어 긴장감을 준다. 마크 월버그, 인기 힙합그룹 아웃캐스트의 앙드레 벤자민 등이 연기하는 얼굴 색 다른 네 형제를 통해 흑-백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사회적 통찰을 담아낸 점도 번뜩인다. 규모가 크지 않으나 아기자기한 요소를 지니고 있어 미국에서는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14일 개봉. 18세.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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