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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이명박과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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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이명박과 노무현

입력
2005.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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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청계천이 복원되어 개통됐다. 청계천의 개통은 단순한 한 개천의 복원이 아니라 환경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성장과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무데뽀식으로 밀어붙였던 개발주의 시대가 끝나고 환경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새로운 21세기의 한국이 시작됐다는 엄청나게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패러다임의 혁명적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점에서 청계천이 복원되어 공식적으로 개통된 10월 1일은 한국현대사에 반드시 기억돼야 할 중요한 날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의 주목을 끄는 것은 이 같은 거시적인 역사적 의미보다는 청계천 복원으로 이명박 서울시장의 주가가 상한가를 치고 있고 사실상 차기 대권 레이스가 시작됐다는 사실인 것 같다.

이와 관련, 주목할 것은 청계천 복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이 시장이 사실은 건설회사 사장 출신으로 청계천을 콘크리트로 덧씌우고 그 위에 고가도로를 세운 박정희식의 개발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잡음없이 해결하는 일솜씨

그러던 당사자가 청계천 되살리기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갑자기 환경과 문화의 챔피언으로 변신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묘한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긴 이것도 매듭을 묶은 사람이 매듭을 푼다는 결자해지라면 결자해지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같은 변신은 기회주의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비판과는 별개로 그 시대에 국민이 바라는 ‘시대정신’을 읽어내며 1970~80년대에는 개발주의의 챔피언으로, 2000년대에는 생태주의의 챔피언으로 변신해온 이 시장의 감각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정치적 자질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청계천 되살리기도 수천억 원이 들어간 개발 공사이고, 앞으로 있을 청계천 주변의 재개발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갈 재개발 공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사실상 청계천 프로젝트 역시 생태주의로 포장한 새로운 개발주의이다. 이 점에서 이 같은 새로운 개발주의를 생태주의로 포장해 세일즈한 이 시장의 천재성에 혀를 두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들보다 주목할 것은 이 시장의 업무추진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주변 상인 등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로 추진에 많은 잡음과 저항이 있을 청계천 프로젝트를 상대적으로 잡음 없이 원만하게 마무리한 추진 방식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중앙차선제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많은 이해당사자가 개입되어 있는 문제로 많은 반발이 예상됐다. 그러나 별 잡음 없이 추진되어 어느 날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리고 초기에는 비판과 불평도 있었지만 정말 잘한 중요한 정책이다. 즉 이 시장에게 주목할 것은 이 시장 하면 떠오르는 불도저식의 추진력이 아니라, 총론만이 아니라 각론과 디테일에도 강해 시끄러울 수 있는 문제를 조용하게 별 잡음 없이 풀어나가는 업무추진 방식, 리더십 스타일이다.

특히 이 시장의 이 같은 측면이 돋보이는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과 노무현 정부가 바로 이 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노 대통령은 조용하게 해결할 문제도 불필요하게 논쟁을 만들고 세상을 시끄럽게 해 결국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스타일이다.

이는 불필요하게 전투적인 논쟁을 통해 온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도 결국 세상이 하루아침에 변하겠느냐며 스스로 백기를 들어 한 편의 코미디로 끝나고만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이 잘 보여주고 있다.

●갈등만 키우는 방식과 대비

물론 노 대통령은 시대적 양지를 따라온 이 시장과는 달리 시대의 음지에서 약자 편에서 싸워온 자랑스러운 경력과 이 시장이 갖지 못한 너무도 많은 정치적 덕목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과는 별개로 노무현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바람직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袖쉼?갈등을 최소화하고 문제를 조용히 풀어가는 외유내강의 업무추진 방식을 이 시장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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