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파기만 하면 문화재가 나오니 기다릴 수밖에요.”
경기 하남시와 서울 강동구를 연결하는 길이 3.8㎞의 도로 확장 공사가 무려 5년째나 계속되고 있다.
하남 도심에서 감북동을 거쳐 서울 강동구 둔촌동으로 향하는 하남시도 180호선은 하남에서 서울로 향하는 3개 간선도로 중 하나. 하남 도심 주민 상당수가 이 도로를 이용해 하루 차량 통행량이 2만4,000여대에 달하지만 2차로에 불과해 상습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시는 이 때문에 2001년 6월 이 구간을 4차로로 확장하기로 하고 2003년 말 완공 예정으로 공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인근에 사적 422호 이성산성이 있는 이 도로는 4차례에 걸쳐 매장 문화재가 발굴되면서 완공 예정보다 2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 공정 60%대에 머물고 있다.
2002년과 지난해 2, 3차 발굴조사에서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건물터와 유물이 발굴됐고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된 4차 발굴조사에서는 백제 한성시대에 축조된 횡혈식 석실묘가 발굴돼 복원 및 보존 문제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시는 2차 발굴구간은 토지를 새로 매입해 도로 노선을 일부 바꾸고, 3차 발굴구간은 옹벽을 만들어 발굴지점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공사계획을 수정했다. 4차의 경우 도로 노선을 변경하지 않는 대신 횡혈식 석실묘를 인근에 이전ㆍ복원하겠다는 계획을 문화재청에 제출,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남시 관계자는 “공사기간이 자꾸 연장되다 보니 시민들로부터 ‘도로공사를 하는 거냐, 마는 거냐’는 항의전화를 가끔 받는다”면서 “문화재 보존이 우선인 만큼 난감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시는 4차 발굴조사 이후에는 더 이상 발굴이 예정돼있지 않아 내년 하반기에는 공사를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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