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엔날레 유로파 2000상 수상, 2002년 36세 나이에 구겐하임미술관 전관에서 회고전, 세계적 팝아티스트이자 영화 '어둠 속의 댄서' 주인공인 비요크의 연인….
세계 현대미술계의 총아로 군림하고있는 미국의 영상설치작가 매튜 바니(39)가 최신작 '구속의 드로잉 9'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개관 1주년을 기념,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일본 가나자와미술관과 공동기획한 세계순회전 '매튜 바니: 구속의 드로잉'전 개막식 참가를 위한 것이다.
영화와 드로잉, 퍼포먼스, 조각설치와 사진 등이 융합된 작업을 통해 신체와 성, 정체성 등 현대화단이 주목하는 개념에 대한 독특한 우주론적 통찰을 내놓고 있는 작가는 "창조력의 원천으로서 '구속(restraint)'의 의미를 탐구하고 이를 통해 예술의 무정형성을 포착해내는 것이 내 작업의 뿌리"라고 밝혔다.
'신체단련' 시리즈라는 다소 기이한 한글풀이가 덧붙여진 '구속의 드로잉'1번부터 12번은 작가가 자신의 몸에 밧줄을 묶고 경사면을 타고 올라가거나 트램폴린(스프링이 달린 도약대)에서 점프하면서 천장에 자화상을 그리려고 애쓰는 등 일부러 육체적 구속을 가한 상태에서 이를 극복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퍼포먼스와 영상으로 기록한 시리즈다. 예일대에서 의학과 미술을 전공했지만 고교시절엔 미식축구 선수로 활동한 경력답게 신체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작품이다.
이중 9번은 성적 은유와 기호학적 퍼즐, 신화적 인물과 사건으로 가득한 서사시적 작품 '크리매스터 싸이클'(1994~2002)의 공백을 잇는 중요작품이다.
2시간25분에 달하는 영상설치물로, 포경선 갑판 위에서 고래기름을 굳히는 작업과 외지에서 온 남녀가 선실 안에서 벌이는 기이한 러브스토리라는 중층구조를 통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자연의 섭리, 금지된 고래잡이를 서슴지 않는 일본 포경선의 정치적 함의를 담았다. 또 일본의 전래신화에서 착안한 식인(食人)을 통해 완성되는 절대사랑과 신체변형의 신화 등이 독특한 형식미와 에로티시즘을 통해 표현된다.
두 남녀가 고래잡이 칼로 서로의 하체를 난도질하면서 완성하는 사랑의 행위를 통해 남녀의 합일 조차 생성하면 필연코 소멸되어야할 자연의 일부로 해석한다. 영상 속 두 남녀주인공은 매튜 자신과 연인 비요크다. 비요크는 작품의 음향도 맡아 독특한 울림을 선사한다.
전시에는 영상 외에 작품 속에 등장한 고래, 용연향(고래의 배설물) 등의 대형조각품이 설치되며 전시장 한 쪽 벽면에는 '구속의 드로잉 12'로 명명된, 작가가 한국에서 직접 손잡이와 밧줄을 이용해 자유등반하며 육체적 한계상황에서 그린 드로잉작업도 선보인다.
작가는 "갈수록 작품에 서사와 캐릭터를 강조하게 된다"면서 "'구속의 드로잉 9'을 통해 육체적, 물리적 구속에서 심리적, 문화적 구속의 문제로 옮아가고 있는 최근 관심사를 표현할 수 있었다. 이는 고립돼 은둔하는 자아에 대한 관심이 사물이나 존재들간의 관계로 옮아감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매튜 바니는 개막일인 13일 오후 2시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에서 강연회도 갖는다. 전시는 2006년 1월8일까지. (02)2014-6552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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