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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피플/ 남승우 풀무원 사장 "난 맛맹… 제품평가 소비자 입에 맡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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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피플/ 남승우 풀무원 사장 "난 맛맹… 제품평가 소비자 입에 맡겨"

입력
2005.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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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종사자들은 뛰어난 미각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남승우(53) 풀무원 대표이사 사장은 오히려 미맹(味盲)에 가깝다. 스스로 자신의 입맛을 믿지 못해 신제품이 출시되도 맛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시제품 맛은 보지만 맛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습니다. 제 입맛에 자신도 없는데다, 제 말 한마디가 미칠 영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10년 전만 해도 맛에 대한 남 사장의 열정은 대단했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품평회를 열었고, 그 결과에 따라 맛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1984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남 사장은 1990년대 초반 일본 출장중 생라면의 인기를 실감했다. 담백하고 부드러운 생라면의 맛이 한국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판단,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남 사장 의견에 따라 생라면 맛에 매운 맛을 더했다. 95년 풀무원의 첫 라면 제품인 생라면이 출시됐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1년간 총매출이 광고비로 쏟아부은 3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라면이라기 보다는 맛없는 짬뽕에 가깝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반응이었다.

이후 남 사장은 자신이 참여하는 시제품 품평회를 없애고, 대신 맛 평가를 고객에게 일임했다. 주부 모니터 70여명, 일반 소비자 100여명으로 ‘관능평가단’을 꾸렸다. 이들의 평가는 정직했다. 남 사장이 형편없다고 생각했던 맛을 이들은 최고로 평가하기도 했고, 반대의 경우도 많았다.

실제 2003년 출시된 ‘직화짜장면’과 ‘바로조리 떡볶이’는 남 사장과 임직원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지만 관능평가단 자녀 대상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 제품들은 출시 이후 꾸준하게 매출이 상승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남 사장은 “맛에 대한 감각은 남보다 떨어지지만, 덕분에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재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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