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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식생활 공포,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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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식생활 공포, 벗어나고 싶다

입력
2005.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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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카이트 그린이라는 화학물질이 국내에서 양식되는 송어, 향어 등에서 검출되어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식품행정 당국이 행정지침 등을 통해 이 물질의 사용을 금지한 바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양식업자들의 심경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산 수산물에서만 검출되었다는 이전의 발표에 대한 비난을 감수하고 해양수산부가 국내산 양식 어종 등의 자체 조사 사업을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은 행정 당국의 기본자세가 많이 바뀐 것으로 긍정적인 면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중금속 문제, 이산화황 문제, 간장 파동, 만두 파동, 청소년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즐겨 먹는 햄ㆍ소시지에 발색제로 첨가한 아질산염의 유해성 여부 등등 수많은 식품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먹거리 문제가 자주 커다란 국민적,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실생활에서 우리가 먹는 있는 여러 식품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국민은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식품 안전성 파동

국민이 날마다 해야 하는 식생활이 안심하고 편안해질 수 있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송어 향어 등에서 검출된 화학 물질이 발암 물질이냐 발암유발 가능 물질이냐, 또는 중국산이냐 국내산이냐 등의 지엽적인 문제를 떠나 국민 소득 및 의식 향상, 삶의 질 추구, 국가 경제의 발전 등에 따라 커지고 있는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만 한다.

식품 안전이 문제될 때마다 나왔던 출하 전과 출하 후의 부처 소관 문제, 예산 증액이나 관련 과(課)의 신설과 같은 행정적인 사항보다는 그 당시 나왔던 많은 대책이 제대로 실천되어 운용되고 있는지, 국가 차원의 식품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본 설계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고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독성학에서 유해성이란 “이 정도의 양(量)으로 평생을 먹어도 과연 안전할 것인가” 하는 양적인 문제가 핵심이며, 섭취량 등의 여러 요소를 가지고 계산하게 된다. 송어 향어에서 나온 말라카이트 그린의 검출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과학적인 유해성 평가가 면밀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져 후속 조치가 수반되어야 하겠다.

지금 우리 사회의 먹거리 문제는 식품 당국의 신속한 대응 부재,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안일함, 제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지 못한 의식 부족 등에도 원인이 있는 것 같다. 국내 식품위생법에도 뚜렷한 규제가 없다고 보도되고 있고 이러한 사실을 담당 공무원들도 인지하고 있었으리라 본다.

아쉬운 것은, 몇 달 전 수입 중국산 수산물에서 이 물질이 검출되었을 그 당시부터, 중국산뿐만 아니라 사용의 개연성이 있을 수도 있는 국내산에 대해서도 식품행정 당국은 적극적으로 신속히 실태 조사 및 분석 작업을 실시했어야 했다.

동시에 유해성 및 식품위생법상의 규제 여부를 심도 있게 검토해 국민의 건강을 지켜내야겠다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였으리라 본다. 국제정보망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했으면, 곧바로 국내의 법령 체계 등을 미리 갖추고 대비하는 능동적인 식품행정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원활히 운용해야 할 것이다.

●관계 당국 근본적 대책 세워야

이제는 식품행정 당국이 국민의 먹거리 안전에 대한 기본 인식을 바꿔 스스로 식품안전 파수꾼이라는 인식을 갖고 현재의 식품안전시스템을 과감하게 혁신해 최선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

사회적 이슈로 불거지거나, 소비자 단체가 문제를 제기해야 그때야 움직이는 행정기관은 스스로 존재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식품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관계자들은 늘 스스로 반문하여야 할 것이다.

류재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대사연구센터 책임연구?독성연구팀장)ㆍ소비자시민모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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