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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토공의 '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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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토공의 '오버'

입력
2005.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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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신문사로 뜻밖의 꽃다발이 배달됐다. 기자에게 온 것이었다. 명절도 아니고 생일도 아닌데 웬 선물일까, 어리둥절했다.

꽃다발을 보낸 곳은 한국토지공사였다. 리본에는 “억울합니다. 건필(健筆) 하십시오”라고 쓰여 있었다. 꽃다발 안에는 고급 스카프와 우루사 한 병이 들어있었다. 평소 출입하는 기관도 아니어서 곧장 연락했더니 “요즘 많이 두들겨 맞았는데, 앞으로 잘하겠다는 취지”라는 답을 들었다.

“우리로선 억울한 것도 많다”는 얘기도 있었다. 결국 6일 감사원의 공기업 감사 예비조사 결과를 보도한 것 때문이었다. 토공은 이를 보도한 기자들에게 일제히 꽃다발을 돌렸다고 한다.

당시 보도는 감사원이 “토지공사가 공공택지를 공급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보자, ‘땅 장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통해 지난해 순이익을 2,000억원 줄였다”고 발표한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토공은 “진행 중이던 공사가 중단돼 대손충당금을 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분식회계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토공의 항변대로 악의적인 분식회계가 아니라 감사원과의 시각차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억울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감사원을 설득해서 풀어야지, 기자들에게 하소연할 문제는 아니었다.

꽃다발 선물이 이색적인 홍보일지도 모른다. 실제 토공의 꽃다발 홍보는 오랫동안 이루어져왔으며 신선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르다. 토공에 대한 비판기사가 나간 예민한 시점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더욱이 공기업은 지금 혁신에서 뒤쳐져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자에게 꽃다발이 아니라 진지한 자기다짐의 글을 보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송용창 정치부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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