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한 법률용어 앞에서 법대 교수 출신의 법제처장도 고개를 떨궜다.
10일 법제처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 민노당 노회찬 의원은 김선욱 법제처장에게 한자 법률용어 퀴즈를 냈다. 법제처가 법률 한글화 작업을 하고 있지만, 한자 용어를 그대로 둔 채 한글 음만 다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노 의원이 낸 문제는 총 10개. 감사원법 19조에 나오는 장리(掌理ㆍ일을 맡아서 처리함), 교통안전법 2조의 삭도(索道ㆍ케이블카 등의 케이블), 민법 233조의 몽리(蒙利ㆍ저수지 등 수리시설의 혜택을 입음), 형법 184조의 결궤(決潰ㆍ둑 따위가 무너짐), 민법 244조의 저치(貯置ㆍ저축하여 둠), 국가공무원법 40조의 정려(精勵ㆍ부지런히 일함), 민법 229조의 구거(溝渠ㆍ개울) 등 하나 같이 일반에 쓰이지 않는 단어였다.
뜻밖의 즉석 시험에 다소 당황한 김 처장은 문제를 풀어보려 애썼으나 ‘장리’와 ‘삭도’ 등 두 문제만을 푸는 데 그쳤다. 이화여대 법대 교수 출신인 김 처장조차도 알지 못하는 한자 법률용어가 수두룩하다는 방증이었다.
김 처장이 “모르겠다”고 답하자 노 의원도 “나도 답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해 국감장엔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퀴즈 뒤 노 의원은 “그나마 법제처장이니까 두 개라도 맞춘 것”이라며 “퀴즈를 풀면서 장관이 느낀 고충이 일반 국민들이 평소에 느끼는 고충”이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이어 “국어사전에도 등장하지 않는 단어가 버젓이 법전에 등장하고 있다”며 “법률 한글화 사업은 단순히 한글음만 다는 데 그쳐선 안되며 단어 자체를 실생활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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