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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두 경장, 경찰 인간적 고뇌 글로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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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두 경장, 경찰 인간적 고뇌 글로 담아

입력
2005.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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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하지 않으면 직무유기가 되고, 검거하자니 수배자 가족의 생계가 걱정돼 한동안 망설였습니다.”

울산 서부경찰서 안성두(37) 경장은 5년 전 겨울 벌금 200만원을 못내 수배자가 된 30대 가장을 자식들 앞에서 연행하면서 적잖은 인간적 고뇌를 느꼈다.

그는 가슴 아팠던 이 때의 경험을 ‘죄 아닌 죄’라는 제목의 수필에 담아냈고, 최근 전국 경찰을 대상으로 한‘경찰 문화대전’ 수필 부문에 출품해 은상을 차지했다.

안 경장의 수필은 경찰의 임무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끔 해 경찰 조직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야기는 그가 울산 언양지구대에서 근무하던 5년 전 어느 겨울 밤에서 시작한다. ‘이웃에 수배자가 있으니 잡아가라’는 신고를 접한 안 경장은 미로처럼 꼬인 남루한 주택가 골목을 30여 분간 헤맨 끝에 겨우 수배자의 집을 찾았다.

때마침 술에 취해 귀가하던 수배자와 맞닥뜨렸지만, 집 안에는 8~9살쯤 돼 보이는 아이 둘이 있었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경찰관 아저씨다!”라며 반갑게 인사했다.

수배자는 벌금 200만원을 못내 수배된 상태였다. 노동일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몇 달 동안 일을 쉬었고 며칠 전에야 다시 일자리를 구했다.

안 경장은 “솔직히 검거보다 수배자 아내와 아이들의 생계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수배자를 데리고 나오며 뒤를 돌아보니 아이들이 끌려나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두 아이의 해맑은 눈망울을 보고는 가슴 한 켠이 시려왔습니다.”

안 경장은 “내가 한 일에 사명감보다 죄책감이 더 오래 앙금으로 남았다. 오늘 세상 걱정 없이 행복해 보이는 내 아이들을 보며 그들의 행복을 빌었다. 지난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죄 아닌 죄’를 지으며 살아야 하는 나 자신이 두려워 두 눈을 꼭 감은 채 한없이 도리질을 쳤다”라며 글을 맺었다.

김명수 기자 lecero@k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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