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발생시 대피시간이 오래 걸리고, 역사의 환기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등 서울 지하철의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문제들은 10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허천 한나라당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화재 발생시 안전지역 대피 소요시간이 6분을 넘는 서울시내 지하철역은 1~8호선 240개 역 중 32개 역에 달했다.
이중 5호선 종로3가역, 여의나루역과 8호선 산성역은 대피 소요시간이 8~9분에 달했다. 이는 ‘화재발생시 대피시간은 승객이 4분 내에 승강장에서 벗어나고 6분 이내에 연기나 유독가스로부터 안전한 외부출입구를 벗어나야한다’는 건설교통부의 지하철역 설계지침에 어긋난다.
지하철 승강장의 혼잡도는 높지만 연기를 제거할 수 있는 제연설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4호선 지하철역 대합실과 승강장의 경우 제연설비 설치대상 979곳 가운데 195개소에만 제연설비가 설치됐다.
특히 1호선은 1곳도 설치돼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하철 승강장의 경우 1~4호선의 경우 1인당 지하역사 점유면적은 0.06평, 5~8호선은 0.72평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강경호 지하철공사 사장은 “전동차 내의 내장재를 불연재로 교체함으로써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고 있으며 시설이 열악한 1호선에도 9곳에 제연설비를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곡선구간을 중심으로 한 탈선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하철 1~8호선 구간중 곡선반경이 200~300㎙인 구간은 135개 구간 4만3,244㎙에 달했으나 이 구간에는 가드레일이 설치돼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가드레일 설치 기준은 곡선반경 200㎙ 이하(15개)이지만 올해 4월 발생한 일본철도의 전복사고의 경우 곡선반경 300㎙ 구간에서 발생,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편 조경태 열린우리당 의원은 5호선 양평역을 중심으로 지하철 선로의 마모도를 실측한 결과 원심력을 집중적으로 받는 곡선구간의 레일 바깥쪽 구간의 마모도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곡선반경 400㎙ 이상으로 다소 완만한 곡선구간의 경우에도 6.5㎝ 폭으로 제작된 레일의 폭이 4.8~5.0㎝ 정도로 마모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수평 방향의 레일 균열도 최대 30㎝에 달했으며 균열구간이 30㎙가 넘게 지속된 구간도 실측됐다.
조 의원은 “레일의 마모와 균열로 인해 전동차 바퀴와 레일의 간격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곡선구간에서 전동차 탈선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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