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협이 6자 회담 이후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남북 경협이 시작된 것은 냉전시대가 해체되는 1980년대 말이었다. 막혀 있던 남북 간 경제교류의 물꼬를 튼 것은 1988년 한국 정부가 발표한 일명 7ㆍ7 선언인 ‘민족자존과 번영을 위한 대통령 특별선언’이다.
당시 북방정책의 일환으로 한국 정부가 남북 간 교역의 문호를 일방적으로 개방한다는 발표를 한 것이다. 북한도 한국과의 교역을 받아들였다. 구 사회주의 국가들 간의 우호적 경제 협력 망이 붕괴하여 어려움에 봉착해있었기 때문이다.
초기 남북 경제협력은 민간 교역 위주로 진행되었다. 생산능력의 한계로 저조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던 남북 경협 규모는 위탁가공 등 투자와 결합하면서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남북 경협의 괄목할만한 변화는 참여정부에 들어서 일어났다. 참여정부는 규제완화, 당국 간 경협추진, 금강산 사업 허용 등으로 남북 경협이 대폭 확대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비경제적 동기의 교역을 의미하는 비거래성 교역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 것도 이 무렵이다. 2000년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개성 공단의 설립이 합의되어 대규모 투자협력 프로젝트도 추진되었다.
2002년 7월 북한의 경제개선조치는 북한 내부의 개혁을 공식화하여 남북 경협 환경을 개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남북 경협은 남북 양측의 변화와 노력을 통해 남북을 잇는 고리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남북 경협에 관한 비판의 소리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비거래성 경제관계가 확대되면서 ‘퍼주기 논란’을 야기했고 단기적 지원성 프로젝트들이 중소기업들의 실질적인 투자를 오히려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몇 가닥 되지 않은 남북관계의 연결고리를 단기간에 확대하기 위한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들이었다.
남북한 간의 경협 확대 기조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대외경제관계 및 남북 경협 발전에 가장 큰 장애로 작용해 온 것은 북 핵 문제였다. 그러나 금년 9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4차 6자 회담 연속회의에서 공동합의문이 발표됨으로 남북 경협은 또 한 번의 확대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6자 회담의 합의가 실행되면 북한 내부의 경제환경은 큰 변화를 맞게 된다. 개발지원을 중심으로 인프라 건설, 경제운용 방식의 개선, 국제분업에의 직접적 참여 등이 이루어질 것이다. 북한의 국제화는 한국을 대륙과 연결하는 통로를 제공할 수 있으며 국제지원은 북한에 새로운 시장의 탄생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제야 본격적인 대북 경제거래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북한의 개발지원을 계기로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으려면 북한의 개발프로그램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지적인 리더십이 요구된다. 투자와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한국 정부의 전력지원 약속과 그 비용에 대한 부담은 한국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기 위한 투자로 간주해도 큰 무리가 없다. 그만한 경제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남북 경협의 기조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더 이상 소수기업을 중심으로 한 반관반민의 남북 경협은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시장기능을 중심으로 국제적 참여가 보장된 사업환경으로 전환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의 경영권 분쟁, 남북협력기금 유용 논란, 롯데에 대한 북한의 개성관광 사업권 제안 등으로 나타나는 지금의 혼란스러운 남북 경협 환경은 머지않아 사라질 풍경이다.
정부의 지원도 이제는 기업들의 사업 보조가 아닌 투자환경 개선에 주안점이 두어져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북한을 넘어 대륙으로 가는 사업환경을 개척해야 한다. 동북아 시장이 연결되면 남북 경협은 저절로 성장하기 마련이다. 동북아 시대의 도래를 외친 현 정부가 경의선 고속도로를 건설하여 베이징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도 이제는 내놓을 법하지 않은가.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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