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독점권을 사실상 인정하고 나서면서 북한의 대북사업 다변화 전략과 다중플레이가 힘들게 됐다. 특히 개성관광을 제의받았던 롯데관광이 발을 빼면서 다른 기업들도 북한의 비상식적인 상술에 더 이상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0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음달 3일부터 시행되는 남북교류협력법 시행령상 사업승인을 받기 위해선 분쟁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롯데관광이 (만약 협력사업 신청을 한다면) 이 조항에 위배되며 심각한 경쟁을 유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에도 해당된다”고 말했다.
또 2000년 8월 현대가 북한과 맺은 ‘7대 사업의 독점권’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할 경우도 최종적으로 중국 베이징에 있는 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에 중재신청까지 할 수 있는 조정방법도 명기돼 있다.
정 장관은 이에 따라 “사실 구조적으로 롯데관광이 (개성관광사업에)끼어들기 힘들게 돼 있다”며 “현대아산과 북측간의 독점계약은 그것대로 유효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현대의 대북사업 독점권을 나름대로 인정한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 롯데관광도 이날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로선 여러 조건들이 성숙되지 않아 북측으로부터 제안이 와도 접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관광 이순남 이사는 “개성관광사업은 현대아산과 북한과의 계약관계가 분명하게 정리되고, 정부 당국의 승인도 따라야 추진할 수 있다”며 “북한의 무리한 요구조건을 들어주고 관광사업을 강행한다면 국민여론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북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요구받은 것은 아니지만 ‘퍼주기식 사업’이란 국민비난을 무릅쓰고 현재 북측이 원하고 있는 1인당 150달러의 관광대가와 1,000만 달러 이상의 별도 지원까지 해주며 개성관광을 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퇴출을 빌미 삼아 현대 길들이기에 나서는 한편 개성관광 사업 파트너를 다변화해 실리를 챙기려 했던 북한의 입지는 좁혀 들 수밖에 없게 됐다.
반면 현정은 회장이 이날 북한의 신의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낸 현대그룹은 일단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 현대측은 북측이 멀지 않아 관계 복원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능한 이른 시일 안에 현 회장의 방북 등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북 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남측의 대북 비난 여론 등을 감안하고 롯데관광이 사업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에서 북한이 5억 달러를 받고 현대와 맺은 ‘7대 사업 독점권’을 깨지는 못할 것”이라며 “북한이 조만간 자신들이 약속한 현 회장과 이종혁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간 만남을 성사시켜 관계 복원에 나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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