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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강진, "중장비가 없다" 맨손 구조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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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강진, "중장비가 없다" 맨손 구조작업

입력
2005.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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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대지진의 피해가 걷잡을 수 규모로 커지면서 국제 사회도 피해 지원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그러나 산악 지대에 흩어진 참사 현장에서는 복구장비 및 구호물품의 태부족으로 구조 작업이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9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피해가 가장 심한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지역에서는 수 만 명이 피해 현장으로 몰려와 구조 활동을 펴고 있지만 막대기와 맨손으로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치우고 있다. 동원된 중장비래야 불도저 몇 대가 전부였다.

특히 이 지역은 폭 100㎞에 피해가 미치면서 ‘건물 잔해의 바다’를 이뤘지만 구조 요원들은 촛불을 든 채 매몰된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현장 구조활동을 지휘하고 있는 한 구조 반장도 “잔해 속에 아직 대다수 피해자가 갇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예드 무샤히드 후세인 파키스탄 집권 무슬림연맹 사무총장은 “크레인이나 중장비류가 없다”며 “사람들을 구조할 능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쓰나미와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를 목격한 세계 각국은 앞 다투어 구호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 이래 긴밀해진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의 협력관계와 카트리나 피해에 대한 국제 지원을 의식해서인지 8일 백악관 성명을 통해 적극 지원 의사를 밝히는 등 기민하게 대응했다. 미국은 우선 10만 달러를 복구자금으로 지원하고 미군 헬리콥터 등을 복구 작업에 투입키로 했다. 이와 함께 지진의 최대 피해지인 카슈미르 지역을 둘러싸고 파키스탄과 갈등을 되풀이해온 인도도 만모한 싱 총리가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위로 전화와 함께 복구지원 의사를 전했다.

유럽연합(EU)이 360만 달러의 긴급 복구자금 지원 의사를 밝힌 가운데 EU 주요국들도 개별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영국은 1차 지원금으로 10만 파운드와 함께 소방대원 60명을 파견키로 했다. 독일은 파키스탄에 5만 유로를 지원했고, 프랑스는 25명으로 구성된 정부 긴급구조팀을 보낼 예정이다. 아일랜드도 120만 달러를 지원한다.

지진 발생 때마다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온 터키도 적신월사와 구조팀을 파견키로 했다. 일본은 지진 대처 전문인력 50명으로 구성된 구조팀을 파견한다. 이미 의료 및 구호 작업에 38만 달러를 제공한 호주도 추가 지원의사를 밝혔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와 파괴에 깊은 비탄을 금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유엔 인도지원ㆍ긴급구호국은 7명 안팎으로 구성된 대책팀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급파해 현지조사 및 지원방안 강구에 나섰다

홍석우 기자 musehong@hk.co.kr

■ 카슈미르는

이번 대지진 최대 피해지역인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60년 가까이 영토 다툼을 벌여온 곳이다. 인도(힌두교)와 파키스탄(이슬람교)은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종교 분포에 따라 나눠졌는데 이슬람 교도가 많은 카슈미르만 인도에 속하면서 분쟁이 시작했다. 두 나라는 48년과 65년 두 차례에 걸쳐 전쟁을 벌였고 72년 유엔 중재로 현재 국경선인‘통제선’을 그었다.

이후에도 파키스탄의 지원을 받은 분리주의 무장단체가 힌두교도에게 테러하고 인도가 보복하는 피의 악순환이 이어졌고 카슈미르 독립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원주민까지 가세해 상황은 꼬여갔다. 지난 16년 동안 유혈 충돌로 이 지역에서 4만4,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 전체 면적의 45%는 인도에, 33%는 파키스탄, 나머지는 중국에 속해 있다.

전문가들은 “분쟁이 계속되면서 카슈미르 주민들이 새로 집을 짓거나 무너진 곳을 고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건물이 약해진 것도 지진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2003년 11월 휴전협정을 맺고 올 4월에는 양국령 카슈미르를 연결하는 버스 노선이 58년 만에 개통하면서 화해 분위기가 싹트기 시작했다. 두 나라 언론들은 이번 참사 복구에 양국이 협력함으로써 평화 노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캐시미어 의류는 카슈미르의 캐시미어 염소에서 얻은 털로 만든 것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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